[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유전 곳곳에 이른바 ‘좀비’ 프로젝트가 1조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불투명한 프로젝트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국 셰일 가스 업체가 설정한 헤지 계약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 유가 70달러 전제 ‘좀비’ 약 1조달러
골드만 삭스는 최근 6개월 사이 국제 유가가 50% 가까이 떨어진 데 따라 내년 본격화될 예정인 프로젝트 가운데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좀비’가 1조달러에 이른다고 19일(현지시각) 주장했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계획대로 내년부터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에 나설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까지 오르더라도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가 9300억달러에 달한다는 진단이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신규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일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를 철회할 경우 2025년 하루 750만배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전세계 원유 수요의 8%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미국의 셰일 붐에 따른 공급 증가로 인해 유가의 강한 상승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연이어 감산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산유량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미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미국 셰일 가스 업계를 겨냥한 이번 OPEC의 대응이 제 살 깎아먹는 형태의 실패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졌지만 미국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에 따르면 관련 업체들이 내년에 최종 결정해야 하는 프로젝트 규모가 800개, 5000억달러에 이른다.
내년 유가가 평균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될 경우 15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철회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스탠포드 번스타인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평균 65달러 선에서 유지될 때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수십년래 최대 규모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별도로 국제 유가 하락에 대비한 헤지 거래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재 못해 셰일 가스 업체들이 울상을 하고 있다.
헤지 상품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유가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메르카투스 에너지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크 콜리 대표는 “원유 업체들은 근본적으로 원유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경향을 보인다”며 “향후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탐사나 시추에 착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