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서방 제제와 더불어 유가 및 루블화 급락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 부자들이 너도나도 영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21일(현지시각)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어두워진 경제 전망 때문에 영국 투자이민에 나서는 러시아 부자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은 최대한 빨리 시민권을 받기 위해 거액을 서슴지 않고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Tier 1 투자비자'를 받은 러시아인들은 1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96명에 비해 69%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비자 발급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영국은 100만~1000만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에게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투자비자를 발급해 왔는데, 최근에는 투자 이민이 러시아와 중국인 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얻으면서 이민 문제에 민감한 영국 정부가 최소 투자금액을 200만파운드로 상향했다.
러시아 부자들이 신청하고 있는 'Tier 1(1급 일반이민) 투자비자'는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신속히 신청할 수 있는 특별 비자에 해당한다. 영국에는 직업이나 신분에 따라 Tier 1 외에도 종교비자, PSW비자, 투자비자, 학생비자, 관광비자, 동반비자, 배우자 등 다양한 비자가 있다.
일반 투자비자의 경우 발급 후 5년이 지나야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며, 시민권은 1년을 더 기다려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 비자의 경우 투자액이 500만파운드 이상인 사람들은 발급 후 3년, 1000만파운드 이상인 사람들은 2년 뒤에 각각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을 부여 받는다.
'Tier 1 투자비자'는 대개 신청 후 발급까지 30일이 소요되지만 현재 러시아 신청자들은 24시간 안에 발급받기 위해 추가 비용 지불까지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투자이민을 담당하는 변호사 카말 라만은 지난 주 유가 급락과 서방제재 소식으로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투자이민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러시아 고객들이 영국 시민권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러시아 고객들 중 거의 대부분(95%)이 해외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둔 부인들이며 이들은 영국에서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은행권을 살리기 위한 당국의 유동성 투입 조치들도 이어지고 있지만 루블화 가치는 최대 36%가 빠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 부자들의 자산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지난 10월까지 6개월 동안 런던 중심지의 고급 맨션과 부동산을 사들이는 러시아인 수가 13% 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달러/루블 환율 추이(루블화 가치와 반대) [출처:시킹알파] |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