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밀물을 이뤘다.
국제 유가 급락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 데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그렉시트 사태 등 악재가 곳곳에서 불거진 결과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1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뚫고 내려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신화/뉴시스] |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이날 장중 1.962%까지 밀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0.445%까지 하락하며 0.5%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10년물 역시 0.285%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고, 영국 10년물 수익률도 1.584%까지 떨어졌다.
영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1.622%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새롭게 세웠고,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장중 2.54%까지 떨어지며 2012년 8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에릭 쉴러 채권 헤드는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깔린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주요국 곳곳에서 둔화되고 있고, 대부분 국가의 부채 부담이 높은 것도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CRT 캐피탈 그룹의 데이비드 아더 전략가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당분간 금융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후퇴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2016년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 12월 인플레이션이 0.1%까지 떨어진 데서 보듯 국제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고조시킬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재량 소득이 증가,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지만 이 같은 선순환 효과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이 저조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단면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유가 하락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외에 성장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JP모간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에서 유지될 경우 글로벌 주요국의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이 1%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라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국채 시장에 적극 반영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실상 이 같은 조짐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앞서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는 아직 위기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