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새해 들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 가운데 주(酒)세 인상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당장 주세 인상은 어렵겠지만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술도 담배처럼 국민 건강을 해치는 데다 세수 부족이 심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맥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소비가 너무 많아져서 주세 인상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며 "16.5도까지 내려간 소주의 도수도 높이고 주세를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주세율을 기존 72%에서 90%로 올리려했지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9년에도 정부는 주세를 인상해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증세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에 부딪혔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도 반대했다.
정부가 주세를 인상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세가 현행 72%에서 90%로 인상될 경우 5000원짜리 소주도 나올 전망이다. |
이처럼 정부는 소주·위스키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중심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들 술들이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에 적용되는 72%의 주세율이 소주·위스키 등 고도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 소주의 출고가는 ▲제조원가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 4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제조원가란 제조업체의 원재료비, 인건비, 제조경비 등 원가는 물론 광고비를 비롯한 판매비와 관리비, 영업외손익, 마진이 포함된 금액이다. 제조원가는 소주 출고가의 47%에 불과하다.
나머지 53%는 각종 세금이다. 쉽게 얘기해 출고가 1000원짜리 소주가 있다면 주류업체 몫은 470원이고 정부 세금이 530원인 셈이다.
세금은 주세 338원(470원×72%)와 교육세 101원(주세×30%), 부가세 91원(주세과세표준, 주세, 교육세 합계액의 10%)으로 나뉜다.
주세 인상의 관건은 과거 정부의 주세 인상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부족한 세수를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려 한다는 반대 여론이다. 특히 소주는 서민들의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는 2012년에는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의 세금을 당초 계획보다 못 걷었다. 작년에도 약 10조원의 세금이 계획에 비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주세는 3조원 정도 걷혔고 올해에는 3조3000억원 정도 걷힐 전망이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세를 합치면 약 4조원에 이른다. 만일 주세를 인상할 경우 적지 않은 세금이 더 걷힌다.
정부가 주세 인상을 하려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일 수 있다. 올해는 박근혜 정부에서 재보궐선거를 제외하면 지방선거나 총선 등 큰 선거가 없는 해로 비교적 여론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주류세 인상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검토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힘들 것이라고 한 부분에 방점이 찍힌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주세 인상이 아닌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2009년 당시 복지부는 주류 출고가의 5% 수준으로 부과할 경우 연간 1250억원의 건강증진기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