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화 하락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유로화를 기피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의 비중이 이미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른 만큼 유로화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높고, 이 경우 외환보유액의 자산 가치에 흠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유로/달러 환율이 패러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유로화에 대한 비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해 3분기 주요국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로화는 1조4000억달러를 기록해 22.6%의 비중을 나타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하며, 2009년 28%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다.
과거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때 중앙은행 정책자들은 유로화의 비중을 오히려 높였다. 저가 매수 측면에서 유로화는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뚜렷하게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하락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데다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 수익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것도 각국 중앙은행의 유로화 기피 현상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옌 매니징 디렉터는 “누구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자산을 매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유로화 비중을 축소하는 새로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날로 고조되는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경기 둔화에 따른 ECB의 QE 가능성도 유로화가 주요국 외환보유액에서 설 자리를 잃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삭소은행의 닉 비크로프트 전략가는 “12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ECB의 QE 시행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마이너스 0.2%로 떨어졌다. 유가 상승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이 50명의 시장 전략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말 유로/달러가 1.17달러까지 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