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로화가 22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정책 시행 발표 이후 달러화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로화는 1유로당 1.1361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6주 동안 9% 가량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올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월 600억유로 규모로 국채를 비롯한 자산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수준을 달성할 것인지 주시하면서 양적완화 규모를 저울질하겠다고 말했다.
닐 존스 미즈호 은행 헤지펀드부문 대표는 "양적완화 규모가 시장의 예상보다 커 유로화에 충격을 가했다"며 "유로화는 일정 기간 내림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 가치에 비해 불과 13% 상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하자 전문가들은 조만간 유로 대 달러 교환비율 1대1을 의미하는 '패리티(parity)'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유로-달러 패리티는 유로존 내 재정상황이 취약한 국가들에서는 크게 환영받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중인 마테오 렌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ECB 양적완화 결정에 앞서 가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 꿈은 유로-달러 패리티"라고 말했다.
렌찌 총리는 최근 유로화 하락세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유로화 약세가 이탈리아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취약한 재정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1유로당 1달러까지 약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아르프 차터르지 바클레이스 통화전략가는 "시장의 기대감은 금리가 초저수준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며 "올해 미국 금리인상도 앞두고 있어 유로화의 추가적인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앨빈 탄 소시에떼제네랄 통화전략가도 "유로/달러 매도포지션에 대한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로화 하락은 중기적 추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화 약세가 폭넓게 하락하며 달러와의 패리티 아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글로벌 통화전략 부문 대표는 1유로당 1달러 아래까지도 충분히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ECB의 양적완화가 지속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등 정책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내년께 유로당 0.9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