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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경영권 분쟁] 8000억+알파..엔씨소프트 겨눈 넥슨의 진짜 속내는?

기사등록 : 2015-02-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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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 무뎌진 넥슨, 지분 팔아 M&A 실탄 챙길듯

[뉴스핌=이수호 기자] 엔씨소프트가 넥슨이 요구한 주주제안 사항을 답변 형식으로 전달하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양측이 답변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개최된 엔씨소프트 이사회에서 기존 이사진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져 넥슨 측의 이사 선임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요구한 자사주 매각과 비영업용 부동산 처분 역시 엔씨소프트가 11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그럴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넥슨 측의 핵심 요구 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더욱이 엔씨소프트가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내달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표대결이 벌어지더라도 넥슨이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묶여 있는 지분을 되팔아 차기 M&A를 위한 실탄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엔씨소프트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명분 잃은 넥슨

엔씨소프트는 이날 지난해 실적 자료 공시를 통해 매출 8387억원, 영업이익 2782억원, 당기순이익 22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6%, 당기순이익은 43% 성장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넥슨이 우려하던 상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넥슨은 지난달 경영참여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내건 명분으로 "지금의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해 양사의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실적 부진 우려라는 넥슨의 경영 참여 명분이 사라졌다. 동시에 윤송이 사장을 겨냥한 넥슨의 칼끝도 무뎌지게 됐다. 

윤 사장은 지난 2012년 북미 지역을 총괄한 이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적자이던 조직을 흑자로 변화시켰다. 이번 실적을 통해서도 북미·유럽 시장 실적은 1484억원으로 전년대비 9.04% 성장했다. 윤 사장 선임에 대한 넥슨의 불만이 명분을 잃은 셈이다. 

이로 인해 내달 27일 진행될 주총에서도 넥슨이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비롯해 충분한 실탄을 가지고 있고 실제 게임 개발력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넥슨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는 만큼, 막상 표대결로 가도 호실적을 갖춘 엔씨소프트를 넥슨이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주가도 이들의 경영권 다툼이 표대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지난해 13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넥슨이 구입했던 25만원에 근접한 20만원선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호실적까지 더해져 주가가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끈 지금이 양사가 타협할 수 있는 적기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을 고려해 올해 실적이 과하게 포장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가 즉답을 피하면서 엔씨소프트가 내심 실적을 통해 이슈화를 노렸다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20만원대 주가…넥슨의 목적은 '25만원+a'?

이처럼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권 참여가 쉽지 않아 보이자 업계는 이미 알려진 직접적인 경영참여나 적대적 M&A와 달리,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 8000억원(구매 당시 가격)에 얹어질 프리미엄에 관심을 갖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최소 1조원대의 현찰을 넥슨에게 지불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 관계자 역시 "EA 인수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양사의 협업을 통한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질 않는다"며 "애초에 넥슨이 지분을 살 때도 시장거래가 보다 저렴한 주당 25만원에 구입했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엔씨소프트가 배려해주길 바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진설명: 김정주 넥슨 회장(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우)>
이에 대해 업계에선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묶여 있는 지분을 비싸게 처리하고 이를 실탄으로 향후 M&A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임에도 그 동안 김택진의 영향력 앞에 적극적인 경영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아예 팔아 버리는 편이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다. 결국 넥슨이 애초에 매입했던 주당 25만원에 프리미엄을 얹어 그 동안의 손실을 만회해야 물러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넥슨은 지난해 지스타에서 15종의 신작 게임을 통해 올해 모바일과 PC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놨지만 모바일 게임 '영웅의 군단'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넥슨은 이 같은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이후 1조원 이상의 금액을 M&A 시장에 투자해 10여곳의 게임사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인수를 진행했다. 하지만 20% 이상 급증하던 영업이익률이 지난 2012년부터 둔화돼 지난해에는 7%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로인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넥슨 입장에선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찾기 위해 엔씨소프트에 묶여 있는 1조원 상당의 자금줄이 필요한 셈이다.

넥슨 내부 사정에 정통한 A 게임사 관계자는 "넥슨이 내부적으로 이미 엔씨의 지분을 처리하고 그 금액으로 어떤방향의 투자를 진행할 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흔들 수 없다면 묶여 있는 1조원 상당의 금액을 M&A 실탄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연일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8만원선이던 주가는 1월 말 20만원대를 지나, 지난 9일 종가 21만8500원을 기록했다. 4조원대에 머물렀던 시가총액도 어느새 5조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주가 흐름이 가장 좋지 않았던 지난 9월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9.9%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김택진 대표가 다시 1대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에 넥슨에 매각한 주당 25만원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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