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과 진행하는 캠페인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사실상 짜놓은 사업의 홍보비만 부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이 비용은 금감원의 인건비 경상비 등으로 매년 금융권에서 납부하는 분담금과도 별개다.
반면 금감원은 사업 선정과 비용분담까지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데다, 업권간 조정을 위해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당국-업권간 공동 캠페인이 예정돼 있어 두 주체간 이런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개인정보 불법유통 방지와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금융권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사업비 5억2500만원중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금융권에 요청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캠페인에 2000만원을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페인에 참여한 기관은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신용정보협회, 한국대부금융협회 등 11개 협회와 중앙회다. 은행연합회가 1억5000만원, 금투·생·손보협회가 각 6000만원, 여신협회가 5000만원을, 나머지 협회나 중앙회도 일정 몫을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렇게 마련한 비용으로 '개인정보 불법유통 방지 및 불법사금융 근절' 캠페인의 시민감시단, 대학생 서포터즈, 불법유통 신고 포상금제, 동영상·웹툰·포스터 공모전, 정책심포지엄 등의 사업 비용으로 사용했다. 캠페인은 주로 7~8월에 집중됐고 시민감시단 등 사업에 따라 연중 실시된 것도 있다.
캠페인의 세부적인 행사 내용은 금융권과 협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금감원이 사실상 결정했다는 게 금융권의 목소리다.
한 협회 관계자는 "주제 선정이나 비용 분담은 업권에서 자발적으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해서 한 게 아니다"며 "비용도 금감원에서 이 정도는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정해서 줬다"고 말했다.
업권에서는 이를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금감원이 의제선정 등 사업을 주도하고 금융권은 돈만 댄다는 것이다. 한 협회장은 이런 캠페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주도하는 행사에 우리가 왜 돈을 내야 하느냐"며 "협의를 거치는 것은 맞지만, 금감원이 하는 행사에 뭐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불만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도 여러 참여자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캠페인 주체 선정과 비용 분담까지 협회나 업권에서 동의를 해줘 하는 것"이라며 "정보유출은 감독원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의 문제인 데다 통일된 메시지를 주기 위해 함께 한 것"라고 말했다.
이어 "분담금으로 처리하기에는 정보유출 사고 등 이벤트에 대한 귀책사유를 따져야 하는 측면이 있어 따로 요청한 것"이라며 "11개 협회가 자율적으로 캠페인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올해도 금융권과 공동으로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와 관련한 캠페인에 나선다. 소액이라도 금감원이 올해 캠페인 비용을 분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의 금감원 관계자는 "홍보를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업 내용을 협회가 정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