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수년간 글로벌 외환 트레이더들 사이에 ‘보증 수표’로 통했던 엔화 하락 베팅이 시들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기존의 엔화 하락 포지션을 청산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한편 엔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물옵션 시장에서 엔화 상승 대비 하락 포지션의 비율도 지난해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외환시장의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엔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이 5만9571계약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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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움직임에서도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1.8% 내림세를 나타냈다.
월간 기준으로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하락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또 지난해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무려 12%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커다란 반전에 해당한다.
엔화 하락 베팅의 잠재 리스크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투자자들의 얘기다.
BNP 파리바의 다케다 마사후미 외환 트레이딩 디렉터는 “엔화의 추세적인 하락이 종료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베스코 픽스드 인컴으 레이 우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해 4분기 엔화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며 “여전히 시장의 공감대는 엔화 하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화에 대한 엔화 숏포지션의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 흐름에 반전의 조짐이 강화될 경우 엔화 캐리 트레이딩이 청산되면서 엔화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BOJ의 부양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근거한 것”이라며 “시장 심리가 바뀌면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급반전을 이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는 일부 일본 정책자들이 이른바 엔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 시작한 데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필두로 확산되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환율전쟁 역시 엔화 하락 베팅의 안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콜린 크라운오버 외환 운용 헤드는 “앞으로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하락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달러화가 글로벌 주요 통화에 대해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엔화의 약세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