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포스트 임종룡' 선임 작업이 순탄치 않다.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일단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력한 내부 후보자인 김주하 은행장을 두고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따라 붙는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왼쪽), 김주하 농협은행장 |
김 전 위원장은 올해 3월이면 2년의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 민간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관심이 없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내 얘기는 쓰지 말아 달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밤에 해외에서 귀국했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전 위원장은 농협금융 내부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외부 인물 중에서는 그가 적임자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농협과의 인연도 있는 데다 정부 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와 그 계열사인 농협금융 특성상 유력인물이 선임돼야 정부와 소통이 원활하고 중앙회 관계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김 전 위원장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이 농협경제연구소장 시절 밑그림을 그린 현재 농협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체제와 그 과정 등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을 무조건 반기지는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사업구조 개편을 마련할 때 임 회장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려 했을 때만큼 매끄럽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애초 2017년에 신경분리를 하려는 입장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 의도대로 2012년으로 신경분리를 앞당겼다. 이 과정에서 농협 내부에서는 진통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농협경제연구소장 시절 외부 컨설팅 업체와 함께 신경분리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일단 한발을 빼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취업 제한에 묶여 있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된 상황에서 회장 자리에 내정되면 안 할 이유가 없다. 더 좋은 자리가 보장된 데도 없을 것"이라고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해석했다.
유력한 내부 후보로 거론되는 김주하 농협은행장에 대해서도 물음표는 붙는다. 임 회장과의 '찰떡 궁합' 속에 지주 부사장 시절 우투 패키지 증권 인수와 농협은행의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크다. 하지만 은행장을 역임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은행 이외의 금융그룹을 이끌기에는 "조금 이르다"(농협금융 관계자)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농협금융 회장에 대한 중앙회와 농협금융 내부의 기대치를 확실히 올려놓은 게 사실"이라며 "어느 누가 후임으로 오더라도 임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금융은 25일 임 회장의 퇴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내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농협중앙 회장 추천 인사 1명, 지주 사외이사 2명, 외부 전문가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농협금융은 아직 회추위 일정 등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