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글로벌 IT 자본이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이 3월 중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관련 업계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텐센트와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까지 국내 진출을 예고하면서 국내 IT 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다. 업계는 직접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거나 제휴를 통해 동반 성장을 꾀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짜고 있다. 일각에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두려워하는 눈치다.
▲ '1위 사업자' 이베이코리아-네이버, 아마존 정면 대결 가능성…넷플릭스는?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3월 중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 IT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이미 아마존이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부지를 선정하고 이사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아마존의 국내 입성이 사실상 현실화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쇼핑 관련 사업의 1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와 네이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는 간편결제시스템을 도입하고 배송시스템을 대폭 개편하는 등 아마존 대응을 위한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사진설명: 아마존이 지난해 5월 국내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 설명회> |
DB(데이터베이스)제공과 관련해 이베이코리아와 사이가 틀어졌던 네이버 역시 지난달부터 지식 쇼핑의 상품 정보 공급을 재개하며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한 1위 사업자간의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구글 검색이 메리트를 잃고 아마존을 비롯한 오픈마켓 쪽으로 검색 트래픽이 쏠리고 있는 현상을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더나아가 올 상반기 네이버페이를 도입해 포털과 모바일 쇼핑 검색 시스템을 강화하고 쇼핑 검색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다. 아마존이 자체 결제서비스를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어 서비스까지 시행하면 자칫 해외직구 물량이 국내 아마존으로 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아마존의 파급력에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리다매 전술을 펴는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수익구조를 대거 개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스마트기기와 콘텐츠, 광고와 전자상거래 등 각각의 사업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떄문에 국내에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경우, 국내 오픈 마켓와 관련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수익구조가 어려운 소셜커머스 업계도 아마존의 영향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계 VOD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일본 시장 진출에 이어 2016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국내 시장을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단독 진입이 아닌 파트너사와 함께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얼리어답터들에게는 경쟁력이 크겠지만 국내 OTT(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시장이 크게 형성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콘텐츠 지불을 꺼려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큰 우려가 되진 않을 것 같다"라며 "다만 다른 파트너와 손을 잡고 가격 경쟁력을 키우거나 플랫폼에 얹는 전략을 꾀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韓에 뿌리 내린 中 텐센트의 힘, 동반 성장 가능할까?
중국 최대 IT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를 잡았다. 이로 인해 중국 자본을 밀어내기 보다 적절한 활용을 통해 동반 성장을 도모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텐센트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국내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에 5000억원대의 투자를 진행했고, 다음카카오에도 700억원대의 투자를 통해 9.9%의 지분을 확보하며 3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이들 외에도 4:33, 파티게임즈, 카본아이드 등 중소 게임 업체에까지 100억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진행하며 국내 최대의 게임 큰 손으로 거듭났다. 스타트업 성장의 밑거름이된 벤처캐피탈을 통해 텐센트의 자금을 수혈 받은 게임업체도 수십여 곳에 이른다.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의 최대 주주 역시 텐센트다. 넷마블과 국내 최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지분 제휴를 맺으면서 텐센트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사실상 텐센트가 국내 게임업계를 지배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이제는 전자결제 플랫폼인 텐페이의 국내 진출까지 가시화되면서 점차 게임을 넘어 핀테크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텐센트가 국내 유통시장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요우커를 통해 국내 결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텐센트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과 손잡고 모바일 결제 제휴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약관 심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텐센트가 국내 IT 관련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국내 업체는 직접적인 견제나 대응보다는 텐센트의 자금을 통해 시장 안정 도모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직접적인 경쟁이 어려울 만큼, 자금력 차이가 클 뿐더러 이미 기술적으로 중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텐센트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뒤로 하고 있는 텐센트 입장에선 결국 좁은 국내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텐센트를 잘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