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사이 채권 가격 왜곡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지만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는 증시 격언이 지배적인 힘을 과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9일부터 양적완화(QE)를 전격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채권시장은 이미 단순한 논리가 뿌리를 내린 모습이다.
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사이 유로존 국채시장은 13%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4.8%에 그치며 커다란 대조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올해 미국 경제는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인 1.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올해 0.4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유로존의 경우 0.1% 떨어질 전망이다.
토론토 도미니온 은행의 리처드 켈리 글로벌 전략 헤드는 “ECB의 QE가 본격화된 데 따라 유럽의 채권시장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며 “미국이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ECB의 자산 매입이 일정 부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QE로 인해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한 국채의 수급에 커다란 불균형이 발생할 여지가 높고, 이는 금리를 크게 누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로존 국채의 투자 매력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수익률이 이미 경제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떨어졌고,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후코쿠 뮤추얼 라이프 인슈어런스의 스즈키 요시유키 채권 헤드는 “현재로서는 유럽 채권의 투자 매력이 지극히 낮다”며 “채권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0.30%로 떨어졌고, 주변국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물 수익률도 각각 1.30% 선까지 밀린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유로존 채권시장의 ‘사자’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든든한 매수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베팅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ECB의 QE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을 가려내는 데 혈안이다. 적정 가치의 틀을 이미 벗어난 상황에 추가 상승이 가능한 자산을 찾아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블랙록의 스콧 티엘 최고투자책임자는 “주변국 국채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QE에 따른 효과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아 교과서적인 채권 가치 분석 원칙으로 판단을 내리기가 지극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2009년 3월 미국 연준이 QE를 시행한 이후 지난해 10월 이를 종료한 시점까지 국채시장은 17%의 상승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2013년 4월 자산 매입을 단행한 이후 국채시장이 1.9%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