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에 미국 정크등급 기업이 때 아닌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유럽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 심리가 크게 고조,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발행한 정크 등급 회사채 규모가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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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연초 이후 발행 규모는 32억8000만유로로 늘어났다. 이는 1999년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ECB가 월 600억유로 규모의 QE를 본격 단행한 데 따라 유로존 국채시장 수익률이 속속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고수익률 자산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다.
리스크 선호 심리가 크게 치솟자 미국 투기등급 기업이 호재를 만났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 유럽 투자자의 위험자산 베팅이 막힐 위기에 처했던 돈줄을 뚫어 준 셈이다.
인베스코 애셋 매니지먼트의 스튜어트 스탠리 펀드매니저는 “미국 정크 등급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채 수익률이 연이어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따라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의 국채 스프레드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유럽의 시장 금리가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양상이다. 회사채 발행 기업 입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유로화 표시 투기등급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달 27일 3.56%까지 하락해 8개월래 최저치로 밀린 뒤 최근 3.92%로 올랐다. 이는 달러화 표시 투기등급 회사채 수익률인 6.23%와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는 수치다.
유로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 10일 0.85%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 기록을 세운 뒤 0.92%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미국 투기등급 기업 가운데 수 년만에 처음으로 유로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VWR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억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4.625%의 금리에 발행했고, 헌츠맨과 IMS 헬스가 각각 3억유로와 2억7500만유로 규모로 정크등급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각각 4.25%와 4.125%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