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부펀드와 보험사까지 보수적인 성향으로 널리 알려진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자금이 썰물을 이루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로 6조2600억달러 규모의 유로존 국채시장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진입한 데 따른 결과로, 투자자들은 전례 없는 시장 동향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8700억달러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달 나이지리아의 통화를 사상 처음으로 매입한 한편 가나를 포함한 프론티어 마켓에 적극 베팅하고 나섰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편입 비중을 2006년 이후 최고치로 늘렸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BBB 이하 회사채 비중이 전체 채권 포트폴리오 가운데 8.3%로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에서 상당폭 상승한 것이다.
유럽 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는 독일 국채를 팔아치우고 모기지 채권으로 갈아타기 시작했고,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 역시 투기등급 회사채 매입을 대폭 확대해 수익률 제고에 팔을 걷었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선호도가 가장 낮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발을 옮기는 움직임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산을 적극 사들이는 모습이다.
반면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자금 이탈이 뚜렷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 울트라숏 20+ 이어(year) 트레저리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지난 19일 이후 한 주 사이에만 7.3%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 ETF 출범 이후 이후 손실액은 61억달러에 달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낯설다는 반응이다. 또 리스크 선호 심리가 고조될수록 잠재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에릭 와이즈만 머니매니저는 “비전통적인 움직임이 투자자들 사이에 갈수록 두드러지며,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은 물론이고 핀란드와 슬로바키아의 국채마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얘기다.
알리안츠의 앙드레 그루버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장기물 채권을 사들였다가는 손실을 볼 것이 뻔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JP모간의 이안 스틸리 채권 매니저는 “정크등급의 회사채조차 수익률이 최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의 국채를 매입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