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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한국 선택은] 중국 vs 미국, 국제금융전쟁 승자는?

기사등록 : 2015-03-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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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WB·IMF 대항해 NDB·CRA 설립 추진…금융질서 재편

[뉴스핌=김성수 기자]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 통화금융 질서에 대항해 신(新) 국제 통화금융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견제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추진 중인 것은 이러한 '금융 굴기'(세계 금융질서에서 우뚝 선다)의 일환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초기자본금 500억달러를 출자하며 AIIB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AIIB의 설립 목적은 과거 '실크로드'처럼 중국 베이징에서 이라크 바그다드까지 철도 직통노선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AIIB에 참여 의향서를 신청한 국가는 35개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각) 신화통신은 진리췬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을 인용, 이달 말까지 AIIB의 참립 회원국이 35개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인도, 인도네시아, 뉴질랜드가 AIIB에 관심을 나타냈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가 참여를 신청했다.

이들이 모두 AIIB에 참여하면 기존 27개 회원국까지 AIIB 창립 회원국은 35개국이 된다.

창립 회원국들은 구체적 합의안을 만든 후 올해 말에 은행을 공식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초기 자본금 규모는 500억달러(약 55조원)이지만 장기적으로 1000억달러로 늘릴 방침이다.

중국은 AIIB 지분율과 의결권을 각각 50%, 49%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인도가 약 19% 정도의 지분율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른 참가국들은 국내총생산(GDP)과 출자금 등을 조합한 비율로 참여 지분과 의결권을 부여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AIIB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IIB vs ADB, NDB vs WB, CRA vs IMF 비교 [그래픽: 송유미 미술기자]
◆ AIIB·NDA·CRA로 보는 중국의 세계경제전략

그러나 중국의 관심은 아시아 금융시장 패권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등 서구 중심의 국제금융 체제를 견제하려는 윤곽을 그려왔다.

지난해 중국이 세계은행(WB)에 대항할 신개발은행(NDB)과 국제통화기금(IMF)을 견제할 긴급외환보유기금(CRA) 설립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먼저 신개발은행(NDB)은 지난해 7월에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이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6차 정상회의를 열고 회원국들이 균등하게 100억달러씩 출자해 설립하기로 합의한 기구다.

NDB은 올해 말 설립 절차를 끝내고 2016년 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NDB는 초기 자본금이 500억달러지만 향후 5년 안에 100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부가 있으며 최대주주와 의장국 모두 중국이다. 5년 임기의 초대 총재는 인도 출신 인사가 맡기로 했다.

NDB에는 브릭스 5개국 외에도 유엔(UN) 회원국이면 모두 참여 가능하며, 다만 5개 회원국이 5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중국을 포함한 브릭스 국가들은 지난 수년 동안 세계은행(WB)과 IMF에서 자국 경제규모에 맞는 발언권을 요구해왔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 등에 부딪히며 번번이 묵살당했다.

중국은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투표권이 4.1%와 8.3%에 그친다. 미국이 가진 투표권이 15%, 16.8%인 것과 비교하면 발언권이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은 신흥국판 세계은행인 NDB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브라질의 포르탈레자에서 열린 5대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 참가한 정상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편부터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나렌드라 모디(인도), 지우마 호세프(브라질), 시진핑(중국), 자콥 주마(남아프리카공화국).[출처: AP/뉴시스]
앞서 브릭스는 지난 2012년 인도 정상회의에서 유사시에 대비하는 기금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구가 긴급외환보유기금(CRA·위기대응기금이라고도 불림)으로, '미니 IMF'라고도 불린다.

CRA는 전체 1000억달러 자본금 중에서 중국이 410억달러로 가장 많은 액수를 출자할 계획이다. 브라질 인도 러시아가 각각 180억달러씩 내며 나머지 50억달러는 남아공이 분담한다.

중국은 유사시 자국이 출자한 위기대응기금 총액 중 50%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할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또 남아공은 출자금의 2배, 다른 3개국은 각각 출자한 금액만큼을 요구할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익명의 중국 재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NDB를 통해 국제 금융질서에서 신흥국들의 발언권이 확대될 것"이라며 "NDB는 공정한 방향에서 글로벌 경제질서 체제의 발전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000억달러에 이르는 NDB 자본금과 CRA는 브릭스 국가들의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가능케 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이 서방 강국의 금융 정책에 종속되는 상황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NDB와 CRA의 자본금이 WB·IMF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또 중국 독주에 대한 금융기구 내 회원국들의 반감 등을 감안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단기간에 쇠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안강밍 칭화대학교 교수는 중국매체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NDB는 자본금이 500억달러로 적고, 회원국도 브릭스 국가 위주로 폐쇄적으로 이뤄져 있다"며 "회원국이 100여 개에 이르는 IMF에 견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인도를 위시한 브릭스 회원국들은 '중국이 NDB를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NDB 성공의 최대 장애물은 바로 '빅브러더'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 위안화 국제화로 달러 헤게모니 극복

이러한 한계점이 있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 주도의 금융질서 재구축을 완성하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국제결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달러가 가진 패권을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글로벌 결제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한 비중은 1.6%였다. 미국 달러가 42.1%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이 자국 통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요구하는 것도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SDR는 1970년 채택된 가상의 국제준비통화로, IMF 회원국들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달러·유로·파운드·엔 등을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IMF는 오는 5월 비공식 이사회를 열고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회원국 지분별로 총 투표수의 85%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최종 결정 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논의에서 위안화가 바스켓에 포함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위안화는 2016년 1월부터 IMF 특별인출권 산정에 포함된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는 총재는 "(위안화의 SDR 편입은)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인가의 문제"라며 "다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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