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은행권에 보유중인 채권을 매매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자산 매입에도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마비되고 있다는 경고가 꼬리를 무는 가운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경기가 악화돼 은행권이 긴급하게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때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뉴시스] |
이렇게 계정을 옮겨 만기 보유 항목에 편입된 채권 총액은 2013년 6월 말 이후 무려 84%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보유한 채권 가운데 만기까지 매매할 수 없도록 묶인 자산이 20%에 달했다. 이는 2013년 중반 약 11%에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그렉 허트릭 전략가는 “은행권 포트폴리오 내 만기 보유 채권으로 묶인 자산이 대폭 늘어났다”고 전했다.
은행권이 이 같은 채권 포트폴리오 변경에 적극 나선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자산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오를 때 채권 가치는 떨어지고, 이 때문에 은행권 포트폴리오의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은행권의 자본 계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채권을 매매 가능한 항목으로 분류할 때 은행은 손익을 집계해 기본자본 비율에 반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감독 당국의 자본비율 요건 강화 역시 은행권의 채권 포트폴리오 변경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은행권의 유동성을 떨어뜨리고, 현금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RBC 캐피탈 마켓의 제러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보유중인 채권을 만기 보유 계정으로 옮기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손발을 묶는 행위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자본 비율에 대한 감독 강화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대차대조표에 묶이는 채권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정크본드를 중심으로 채권시장의 유동성 경색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채권 투자 리스크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