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내 집 장만이 어렵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종료한 3차 양적완화(QE)에 모기지 증권을 포함했지만 임금과 집값 상승 속도가 커다란 괴리를 보인 데 따라 기대만큼 주택시장 부양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출처=AP/뉴시스] |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분기부터 2013년 2분기 사이 임금은 1.3%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리얼티 트랙이 집계한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은 1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의 상승 속도가 임금 인상보다 13배 빠르다는 얘기다.
또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집값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은 지역의 비중이 7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디트로이트는 임금이 4.9% 상승하는 사이 집값이 무려 57.1%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커다란 간극이 벌어진 것은 미국 주택시장 버블 붕괴 이후 회복이 실수요자가 아닌 기관 투자자들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리얼티 트랙의 대런 블롬키스트 부대표는 “2012년 이후 기관 투자자들이 임대 수입을 올리는 데 목적을 두고 공격적으로 주택 매입에 나섰고, 해외 고액 자산가들도 베팅에 동참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뺄 경우 집값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이 살아나면서 건강한 시장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거나 집값 상승이 멈춰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리가 하락해 임금 상승이 없어도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하지만 모기지 금리가 이미 바닥권인 데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저울질하는 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주택시장이 꾸준한 회복을 보이지 못한 것은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연준의 1조달러 이상 자산 매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키스트 부대표는 “주택시장의 영속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이 시장에 나와야 하지만 일부 시장은 이들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이라며 “임금 상승 없는 집값 상승이 현재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앞으로 1~2년 사이 버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HIS 글로벌 인사이트의 패트릭 뉴포트 이코노미스트 역시 “임금 상승이 지극히 저조하며, 이 때문에 20대 청년들이 특히 강한 타격을 입었다”며 “과거에 비해 주택시장에서 20~30대의 역할이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정체된 임금 상승률과 함께 눈덩이 학자금 부채가 30세 전후 잠재 주택 매입자들을 이중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