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이란 핵 협상이 지난 2일(현지시각) 13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협상 타결의 일등공신으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주고 받은 '비밀편지'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 핵 협상단.왼쪽부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 장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비밀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WSJ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비밀 서신의 내용은 이란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동참하는 대신 미국이 이란의 핵 이용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최소 4번 이상 비밀 서한을 주고 받으며 협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존 어네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즉각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도 서한을 받은 적은 있지만 답장을 보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공식 주연'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으로 꼽힌다.
케리 국무장관은 핵 협상에 시종일관 부정적 입장을 취해온 프랑스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프랑스는 핵 협상을 반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해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협상 도중 프랑스로 귀국했다가 다시 회담장으로 복귀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긴밀히 협력해 회담을 진전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각국 정상들에게 협상 타결에 필요한 최소 기준이 담긴 서한을 보내 이견을 절충하고 설득을 이끌어냈다.
'비밀편지'나 '공식 주연' 외 '숨은 주역'으로 조명된 이들도 있다.
어니스트 모니즈 미국 에너지 장관과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이다. 둘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의 물리학자로 사제관계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지난달 28일 이란 핵 협상단의 2인자들로 모니즈 에너지 장관과 살레히 원자력청장이 협상에 큰 역할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살레히 청장이 지난 1970년대 MIT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모니즈 장관은 MIT 물리학과 조교수로 재직했다.
이들은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동문이란 점은 물론 핵 물리학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각국의 이견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모니즈 에너지 장관은 첫 손주를 본 살레히 원자력청장에게 축하 인사로 MIT로고가 박힌 유아용품 세트를 선물하는 등 협상 타결을 물밑작전을 펼쳤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