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방공 미사일 수출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달 초 스위스 로잔에서 미국 등 6개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이 타결되자 러시아가 미사일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이란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선제적 움직임을 가져가자 국제사회의 긴장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이란과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핵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란 제재를 완화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에 S-300 미사일 시스템 판매를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P/뉴시스] |
금수령 해제는 지난 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이틀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되면 이란은 핵 시설 감축 및 핵 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주요 6개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 해제를 맞교환하게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행동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존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금수 조치 해재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핵 협상을 통해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려는 국제사회의 계획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 협상 타결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이스라엘도 즉각 대응했다.
유발 슈테이니츠 이스라엘 내각 장관은 "이번 조치는 이란 핵 협상을 타결키로 결정한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며 "이란은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자국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이 아닌 무기 구매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S-300 미사일 시스템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는 방어용 미사일"이라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일축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란 핵 협상이 진전되고 있어 이란에 대한 미사일 금수조치를 지속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2007년 이란에 첨단 미사일 방공시스템인 S-300 5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당시 계약규모는 8억달러(약 8818억원)다.
하지만 이란이 해당 미사일을 이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막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 반발에 러시아는 무기 인도를 연기했다.
이어 국제연합(UN)이 2010년 6월 대이란 무기 금수 결의안을 채택한 데 따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대이란 미사일 금수 조치에 서명했다.
이에 이란은 제네바 국제중재법원에 40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금도 심의가 진행중이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