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지난해 루블화 폭락으로 신음하던 러시아가 이제는 지나치게 뜨거운 루블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러시아 루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루블화 강세가 원유 수출대금 감소는 물론 재정적자 확대와 무역수지 불균형 등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출은 러시아 정부 수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러시아는 달러화로 표시된 브렌트유를 수출하고 대금은 루블화로 받는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안착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루블화가 지나친 강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출로 얻는 수입도 줄게 된 것이다. 루블은 최근 3달새 달러 대비 21.78%나 가치가 상승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 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1%에 불과했다. 국제유가가 50% 가까이 폭락했지만 달러화 강세에 루블화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루블화의 가파른 상승세에 재정적자가 눈에 띄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블룸버그통신 설문조사에서 올해 러시아 재정적자가 GDP 대비 2.6%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당국이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루블화 매입에 나섰듯 이번에는 외환매입에 나서 루블화 강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달러/루블 환율이 80.1루블까지 추락하자 달러를 대거 내다팔고 루블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26% 감소한 3540억달러까지 감소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스베르방크 등 주요 은행들은 "루블화의 과도한 절상은 러시아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기침체 탈출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당국자들이 외환 매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라디미르 츠프로프 TKB BNP파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현대 달러/루블 환율은 러시아 재정적자와 무역수지에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외환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렉세이 포고레고프 크레디트스위스 러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와 루블화 강세는 러시아 경제의 살인자"라며 "루블화 강세가 지속되면 러시아는 다시 루블화 폭락으로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드러낸 당국자들과 달리 경제가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국은 러시아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공식 소비자신뢰지수는 직전분기 대비 14%포인트 급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투자도 빠르게 위축됐다. 지난달 러시아 투자는 전년 대비 5.3% 급감했다. 산업생산은 0.6% 줄었다.
17일(현지시각) 암울한 경제지표에 달러/루블 환율은 3.5% 급락한 51.68루블에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