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팬택 임직원들은 고용보장을 회사와 인수자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모든 임직원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희망의 끈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겠습니다."
22일 팬택 대외창구인 홍보팀이 기자들에게 보낸 호소 내용의 일부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임직원 스스로 그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임직원의 마지막 부탁이다.
팬택을 살려야 한다는 임직원들의 절절한 호소가 안타깝다.
법정관리 중인 팬택은 최근 3번째 매각 시도가 무산되면서 청산이 유력한 상황에 놓였다.
<사진제공 = 팬택> |
법원과 채권단은 4번째 매각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방향에서 고민 중이다. 청산 등 팬택에 대한 향후 처리는 법원과 채권단의 협의를 통해 다음 달 중 이루어질 예정이다.
사실 팬택 임직원과 재계의 시선으로 보면 팬택의 기업가치는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1991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팬택은 '스카이' '베가' 등 히트 휴대폰을 탄생시키며 누적 매출 29조원(누적 수출 14조원)을 달성한 국내 유일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제조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등록특허 4073건, 출원특허 1만4798건 등 높은 기술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역량을 발판으로 팬택은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며 유동성 위기 이후 현시점까지도 임직원 1500여명이라는 직접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2~2014년) 국내 협력업체를 통해 1조5000억원의 부품을 매입하면서 500여개 협력업체의 수만명 고용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런 팬택이 청산절차로 돌입할 경우 당연히 우리 경제에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다.
당장 조 단위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는 중견 IT제조업체가 사라지게 된다. 팬택 임직원 1500명의 고용 불안도 피할 수 없다. 우수 인력이 해외 경쟁업체로 자리를 옮길 경우 기술 유출 우려도 있다.
5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줄도산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제조3사의 경쟁구도 붕괴로 인한 국내 휴대폰 시장의 독과점 구조 심화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삼성전자가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팬택 관계자는 "모든 임직원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희망의 끈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겠다"면서 "인수자가 느끼는 고용유지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켜 회사의 생존을 지켜내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간절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이번 결의문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팬택의 팀장 이상 전 직책자는 "회사가 생존하고 남은 구성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위기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편, 팬택은 세계 7위 모바일 기기 제조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7년 금융위기 때 자금난에 빠지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스마트폰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4년8개월여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또다시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이후 3차례에 걸친 주인찾기가 모두 실패하면서 청산 위기가 현실화됐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