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주 그리스와 채권국이 라트비아 리가에서 가진 회의에서 구제금융 집행 협상이 불발한 데 따라 향후 그리스의 운명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스 베르너 신 독일 이포연구소장이 그리스의 파산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디폴트 리스크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리스 옛 통화 드라크마[출처=신화/뉴시스] |
먼저, 시장의 예상보다 그리스가 단시일 안에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림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각 회원국 중앙은행을 포함하는 유로시스템이 구제금융 집행을 끝내 거부할 경우 그리스의 재정 고갈은 물론이고 은행권의 뱅크런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UBS는 이 경우 그리스 정부가 새로운 통화를 동원해 은행시스템의 자본 재구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예금 인출을 제한하는 자본 통제로 인해 자본재구성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두 번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다.
그리스가 일부 유로화 채무금 상환을 IOU(차용증)로 대체할 여지가 작지 않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기존의 그리스 부채는 채권시장에서 액면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IOU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이들 증권의 구매력이 유로화보다 낮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시장이 이미 이 같은 시나리오를 계산하고 있고, IOU가 발행과 동시에 저평가될 것이라고 UBS는 내다봤다. 또 IOU의 발행이 늘어날수록 금융시스템의 결제 규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그리스 금융시스템의 유로화 유출이 늘어나게 되고, 그리스 경제는 새로운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UBS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경우 그리스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유로존에 잔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실상 그리스는 유로존을 떠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렉시트 없이 그리스가 디폴트를 내는 경우다.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낼 가능성을 50%로 판단하고 있다.
JP모간은 스테파니 플랜더스 전략가는 “질서 있는 부분적 디폴트는 그리스나 유럽 금융시스템에 영속적인 충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내더라도 구제금융 지급과 채무 조정 협상을 지속할 경우 공동통화존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그리스는 채무 협상팀을 일부 교체했다. 채권국 재무장관들이 지난 24일 회의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을 시간만 낭비한다고 비판한 데 따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새로운 총괄 책임자로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외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