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악몽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
구로다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2%의 달성시기는 지연될 것"이라며 "하지만 물가 기조는 확연히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 경제는 위기 상황은 아니라 해도 도전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 성장 둔화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미진한 가운데 가계 소비 부진과 기업들의 투자 회피, 은행들의 대출 부족 등이 중첩되면서 경제 불안 상황에 직면해 있다.
◆ 저인플레 원인은 성장동력 부족
구로다 총재는 자국 경제가 저물가 상태에 놓인 원인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풀이하고 물가 목표치인 2%대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일본의 성장 부진 원인은 가계 소득 둔화와 인구 노령화 등의 내재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호기를 맞고 있지만 급여 소득자들은 사실상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일본 경제는 막대한 채무 발행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며 "RBS와 같은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이 일본을 떠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국채 수익률은 0.32% 수준으로 과도하게 낮은 상황"이라며 "최대 채무국이자 인구 노령화 사회와 낮은 이민률로 고통받는 일본 경제가 서구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채수익률이 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피치·무디스 잇딴 신용등급 강등 '경고음'
지난달 27일 신용평가사 피치는 일본의 채무 비중이 과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단계 강등했다. 이는 한국의 신용등급 'AA-'보다 2단계 낮은 등급이다.
피치는 일본의 2015 회계연도 재정 구조조정이 충분치 않다며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화에 대한 의지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에도 불구 부진한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의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일본의 재정 불안정으로 인해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로 한 단계 강등한 바 있다.
무디스 톰 바이른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평가 담당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2020년까지 기초재정흑자 목표를 맞추지 않으면 등급을 낮출수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BOJ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제기
구로다 BOJ 총재는 현재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은 고려할 필요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급여 소득도 늘어날 것이어서 인플레이션 기대는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중 추가 양적완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BOJ는 연간 80조엔 가량의 자산매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추가 둔화할 경우 자산매입을 늘리거나 위험자산 매입비중을 늘리는 등 조건부 양적완화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엔저 따른 달러 강세로 신흥국 자본 유출 우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은 당장 달러 강세를 이끌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30일 미국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 다우산업평균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각각 1.08%, 1.01% 급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64% 떨어졌다.
실제로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2.2%에서 0.2%로 크게 둔화됐다.
엔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는 신흥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외국 자본을 유출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향후 BOJ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