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 직장인 소 모씨(31세) 세금을 뗀 후 매달 260여만원 버는 중산층이다. 1년 전만 해도 월급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최근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전셋집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 2000만원을 올리는 대신 월세를 20만원 내기로 했다. 소 씨 거주지가 전셋집에서 보증부 월셋집으로 바뀐 순간이다.
# 자영업자 최 모씨(36세)도 보증부 월셋집에 살고 있다. 매달 300만원 넘게 버는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전셋집에 살았다. 하지만 전세 재계약 때 보증금을 4000만원 올리는 대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기로 했다.
중산층의 주거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중산층이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고 있는 것. 중산층은 빚을 더 내서 집을 사기보다는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는 보증부 월세를 택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14년 주거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월 평균 200만~400만원 버는 중산층의 전세 비중은 지난 2014년 23.3%다. 지난 2012년(26.9%)보다 3.6%포인트 떨어졌다.
전셋집에 사는 중산층이 줄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계층 사람들이 주거 여건이 열악한 월셋집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주거 상향 이동이 아니라 하향 이동했던 것.
지난해 중산층의 보증부 월세 비중은 21.4%로 지난 2012년(16.9%)보다 4.5%포인트 늘었다.
자료:국토교통부 2012·2014년 주거실태조사 |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 전세가구의 보증금은 크게 증가했고 전세보증금 부담도 지난 20여년 동안 3배 늘었다"고 말했다.
중산층의 주거불안이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 초 중산층을 겨냥한 주거안정 대책인 '뉴스테이 정책'을 내놨지만 이 마저도 건설사 특혜 논란에 휘말려 있다. 정부가 건설사에 토지를 싸게 공급하면서도 초기 임대료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서다.
더욱이 기업형임대 1호 사업장인 인천 도화지구에 공급되는 주택은 빨라야 오는 2017년 말에나 입주할 수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모든 것은 수급 문제로 귀결된다"며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월세 수입을 기반으로 한 기업형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