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최근 우리나라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면서 1990년대 일본처럼 성장이 정체되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1965년 소비자물가 통계를 시작한 이후 마이너스(-)가 된 적은 없다. 1999년 2월 0.2%, 같은해 7월 0.3%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곧 반등했다.
정부의 올해 초 담뱃값 인상이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흐름을 겨우 막아주고 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 약발이 떨어지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디플레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2015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통계청) |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진짜 디플레이션 우려는 담뱃값 인상 기저효과가 나타날 내년부터"라며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담뱃값 인상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전년동월대비 0.58%다. 4월 물가상승률이 0.39%에 그쳤다는 점에서 담뱃값 인상을 하지 않았다면 -0.19%로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담뱃값 인상효과를 빼면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마이너스 물가체제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실질 물가 기준으로 현재 물가가 0%대이긴 하지만 마이너스가 지속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디플레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게 공식 입장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가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로 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내년 초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예고
그러나 올해 물가상승에 기여했던 담뱃값 인상 효과가 내년 1월부터는 기저효과로 변하면서 물가 하락을 압박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전년동월대비다. 내년 1월에는 올해 1월 물가상승률과 비교하게 되는데 담뱃값 인상 효과가 없어지는 내년이 디플레가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이 올해 0.58%의 물가를 상승시켰다면 반대로 내년부터는 0.58%만큼의 물가인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올해 담뱃값 인상은 정부의 묘책중의 하나였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세수도 늘리고 디플레 우려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물가하락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정부를 괴롭히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면서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하반기에 태풍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당분간 물가하락 요인이 큰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