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계빚과 그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그에 따른 평가와 대책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우선 총량규제에 나설 때라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을 지탱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봤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초 기준금리 인하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인 만큼 대내외 충격만 피해간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도 있었다.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을 분석키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재확산되고 있는 한국은행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가계신용은 1099조33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2조8270억원 증가한 1040조3519억원을 보였다.
이는 각각 한은이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10~12월)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대출 증가폭도 1분기중 증가폭으로는 통계작성이래 가장 큰 것이다. 예금은행 주담대가 전분기대비 9조6770억원 확대된 375조2563억원을 나타냈다.
◆ 가계부채 증가 우려 ‘한목소리’..평가는 갈려
전문가들은 저금리, 부동산 활성화대책,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수요 전환 등을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에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다만 가계부채 총량과 증가속도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정 증가속도에 비해 너무 빠르다는게 우려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소득증가율보다 부채증가율이 3배 가까이 빠른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총량을 그냥 둘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젠 총량규제를 생각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일정정도 성장하면 늘어나는게 맞지만 가처분 소득대비 많이 늘어났다. 빠른 증가세도 우려스럽긴 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금리인하 등으로 가계대출이 늘었다. 정책효과로 봐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서 관련 대출도 늘었다. 또 전세자금대출이 생기면서 관련 대출이 늘어난 부문도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상황하면서 그 부분을 대출로 돌리는 등 과거 잡히지 않았던 대출도 생겼다”면서 “그 규모가 경제활동에서 나타나는 부문이라고 보면 상환능력을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다. 절대규모가 늘고 있지만 대내외 충격만 피해간다면 크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 가계대출 부실화·저성장 방지·부동산가격 지지
가계빚발 폭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부실화와 저성장을 방지할 필요가 있고 부동산가격도 지지하는 선에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규모를 줄이고 이자부담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성장이 안되게끔 하는게 중요하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중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정책적으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되지 않게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신규대출에 있어 비거치식 금융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원금까지 갚게 하면 무리하게 부채를 늘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가계대출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게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며 “부채 총량을 줄여가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빚이 늘었다고 하나 이자율이 하락해서 늘었는지 가계대출을 해 이자를 갚는데 썼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공개가능한 선에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와 한은, 금감원, 신용정보회사, 개별은행간 정보공유의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 추가 금리인하, 미 금리인상 전 빨리 vs 효과 불분명 득보단 실
가계부채가 급등한 상황이지만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추가 경기부양과 이를 통한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가급적 빨리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었던 반면, 효과도 불분명하고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을 지지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선택의 문제이긴 하나 경기상황이 더 걱정될 경우 추가 금리인하도 필요하다. 경기부양으로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어서다. 미 금리인상전 가급적 빨리 할수 있다면 인하하는게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안동현 교수는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이다. 내수쪽에 별 효과가 없다. 금리를 낮춰 통화를 푼다해도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져 유동성함정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또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을 30조 넘게 했다. 고정금리로 갈아타도록 유도한 것은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을 전제로 한다. 금리인하로 정책간 혼선을 준다면 정책적 효과 측면에서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부동산가격은 실수요를 기반으로 해 완만히 오르고 있다. LTV DTI까지 완화한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인하를 한다면 부동산 가격에 불을 붙이겠다는 위험한 생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미 금리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자금유출도 우려된다. 지금은 수성모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협 연구위원도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 추가 인하는 하지 않는게 좋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