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2013년말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이 어느덧 1년6개월을 넘어갔다. 달러당 100엔을 넘었을 때 110엔을 상단으로 봤지만 120엔도 훌쩍 넘어 130엔으로 향해가고 있다.
이같은 엔저 장기화 및 심화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저로 인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이로 인해 생산과 소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도 수출기업의 애로해소 지원과 해외투자 활성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3일 금융권 및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의 엔저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앞서 3차례의 엔저로 인한 한국경제 피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엔저 현상은 1차(1988~1990년), 2차(1995~1997년), 3차(2004~2007년)에 이어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4차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차와 2차때는 엔저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했지만 2000년 들어 글로벌 교역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엔저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우리나라도 엔저의 영향에서 상당부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하지만 2010년 이후 유럽경제 위기로 글로벌 교역량이 축소경향을 보이면서 다시 엔저의 영향이 되살아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로 인해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는 낮아져 3%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속속 등장한다.
최근 글로벌금융기관인 씨티그룹은 한국의 수출 감소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평가하면서 특히 엔화 약세를 지목했다. 일본 수출업체들이 적극적인 가격 경쟁과 R&D 확대에 나서면서 점유율 확대,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것이 한국에 위협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우리나라 장기침체 리스크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자본투입 둔화세가 이어지고 생산성은 낮은 성장기여도가 유지될 경우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위축되고 2020년대에는 1%대 중반으로 낮아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예측한 주된 이유는 수출과 내수 모두 위축되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산업 및 경쟁구조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수요위축의 악순환 등 위기 후 증후군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로 낮췄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조만간 3%이하의 수정 전망치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선 연구위원은 "7월초 나오는 수정전망에서 2%대 성장률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이는 수출 자체만 보면 굉장히 좋지 않고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8%였지만 2분기 성장률이 이보다 낮으면 연간 3%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정부도 수출기업의 애로해소 지원과 해외투자 활성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으로서의 확신은 모자라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중기적으로 수출기업 엔-유로화 자금지원이나 해외투자활성화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수출경쟁력 강화방안을 추가로 모색하고 있다"며 "최근들어 메르스까지 겹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6일 경제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수요 부진 등으로 성장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정부의 대응방안에도 불구하고 엔저가 우리경제의 성장경로마저 뒤흔들고 있어 3% 성장률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