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한국판 알리바바 신화.’
쿠팡이 일본의 소프트뱅크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가장 널리 거론됐던 말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2000년 약 2000만달러(200억원)을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한 뒤 14년만에 80조원 이상의 상장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로 등극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대해 10억달러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에 못지 않은 차익을 예상했다는 해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17일 쿠팡 등에 따르면 회사 측은 이 차익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기업공개(IPO)에 대해 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AP/뉴시스> |
그가 상장에 아예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에 앞선 2011년에는 2013년까지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상장 의지를 밝혀왔다. 최근 상장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가 된 것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막대한 투자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쿠팡이 상장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대 자금을 투자 받으면서 지주회사인 미국법인 포워드벤처스LLC의 신주를 배정해줬다”며 “결국 소프트뱅크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포워드벤처스LLC의 상장을 통한 차익실현이 가장 유력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장이 아니라 기업가치다.
현재 소셜커머스 업계는 쿠팡을 필두로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이 경쟁하고 있지만 이들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전무하다. 적자 폭은 매년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살을 깎는 ‘치킨 레이스’가 있어서다.
단적으로 쿠팡은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쿠팡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3484억9700만원, 영업손실 1215억4800만원이다. 이같은 손실 규모는 당장 올해라고 호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사와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언제나 이익 실현이 가능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쿠팡의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포워드벤처스LLC의 신주를 손 회장에게 배정하고도 김 대표가 최대주주로 남아있다는 것은 쿠팡의 가치가 최소 2조원을 넘는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그루폰이 매각한 경쟁사 티켓몬스터의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으로 평가됐다”며 “쿠팡이 티몬보다 다소 앞서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평가는 다소 고평가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쿠팡 측은 소프트뱅크가 포워드벤처스LLC의 지분을 얼마나 받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 체결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 투자금 중 얼마나 국내에서 활용될지도 아직까지 공개된 바 없다.
다만, 쿠팡의 미래 성장성을 보면 고평가된 것만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가 대등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1위 업체로 급격한 쏠림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모바일로 빠르게 재편되는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 막대한 이익 창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