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되자 곳곳에 파장이 발생하고 있다.
72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개혁안을 놓고 그리스와 채권국이 벼랑 끝 대치를 연출한 데 따른 충격이 미국 신용시장과 원자재까지 강타했고, 일부에서는 그리스 사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출처=블룸버그통신] |
북미 지역의 투자등급 회사채 디폴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비용을 반영하는 마키트 CDX 지수가 이날 장중 68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월2일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하이일드 본드의 리스크 헤지 비용을 반영하는 지수 역시 2월 이후 최고치인 369.3을 나타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한스 미켈슨 신용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일정 부분 반영된 한편 그리스의 협상 불발 소식이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시장도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백금의 급락이 그리스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투자자들은 최근 4주 가운데 3주에 걸쳐 백금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순매도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4월에만 백금 관련 ETF 매입이 24% 급감했다. 연초 이후 백금 가격은 10% 떨어졌다. 이는 주요 금속 상품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손실이다.
TD증권의 마이크 드래고지트 상품 전략가는 “그리스가 유럽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고, 이 때문에 백금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며 ‘지난 5월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것을 포함해 백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백금 선물 7월물은 장중 온스당 1077.20달러까지 하락해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금에 대한 백금의 상대적인 가치는 201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번 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가운데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할 경우 긴축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디폴트가 가시화될 경우 발생할 유로존 경제 충격을 연준 정책자들이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UBS의 드류 매튜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준 정책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해외 여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로화는 그리스 리스크에 대해 강한 내성을 보였다. 환율 변동성이 2011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지만 유로화는 장중 달러화에 대해 완만하게 상승했다.
이날 장 초반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의 1개월 내재변동성이 14.39%까지 오르며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유로/달러는 장중 0.3% 오른 1.13달러를 나타냈다.
또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달러화 대비 유로화 하락 베팅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스케 뱅크의 옌스 나비그 애널리스트는 “외환시장이 그리스의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근거해 포지션을 변경하고 있다”며 “그리스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하더라도 유로존 경제를 통째로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19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