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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그룹 공사 독식...현대건설 6배

기사등록 : 2015-06-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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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 4년 연속 그룹 공사 1조 돌파..2대 주주 정의선 부회장 역할도 작용

[뉴스핌=이동훈 기자] 현대차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1조원 규모의 그룹 공사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반면 그룹 내 ‘형님’ 격인 현대건설은 그룹 공사가 계속 줄어 대조를 이뤘다.

국제유가 하락 및 중국, 인도 건설사 경쟁심화 등으로 지난해부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이 급감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공사를 기반으로 연간 매출 5조원대를 유지했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로 매출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 내 거래는 사실상 끊겼다.

이같은 지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자회사지만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 및 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지분 관계가 현대엔지니어링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개인 주식이 한 주도 없는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성장할수록 정 부회장에겐 유리하기 때문이다. 

◆ 현대엔지 vs 현대건설, 계열사 매출 비중 20%대 1.5%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그룹 공사로 매출 1조682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5조2834억원)의 20.2%다. 지난 2013년 그룹 매출(1조5135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1조원이 넘는 거래 규모는 4년 연속 유지됐다.

이와 달리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10조7557억원 중 계열사 거래는 1704억원(1.5%)에 불과했다. 전년도 계열사 비중(4596억원, 4.3%)과 비교해도 급감한 수치다. 지난 2011년 현대차에 인수된 후 가장 낮은 거래실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계열사 중 현대차의 발주 공사 비중이 가장 많다. 현대차 공장 및 도로 공사 등 15건 공사를 맡아 총 매출 3473억원을 올렸다. 모두 수의계약이다. 공사대금은 현금과 전자어음으로 지급됐다. 

이어 현대제철(2317억원), 기아차동차(1180억원), 현대모비스(783억원), 현대 케피코(682억원), 현대위아(487억원) 등과 공사계약을 했다. 이들 공사도 모두 발주처와 현대엔지니어링 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계열사 비중은 동종 경쟁사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치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현대엔지니어링보다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는 롯데건설(44.6%), SK건설(39.0%), 삼성물산(24.1%) 정도다.

현대건설은 거래건수 및 거래 내역이 단출하다. 현대차(713억원), 현대제철(482억원), 현대모비스(102억원), 현대서산농장(53억원)이 주요 매출이다. 기아차 등 나머지 계열사와 거래는 대부분 1억원을 밑돈다.

현대차그룹 내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가운데 공사 수주나 용역 거래에서 어느 회사가 공사 진행에 더욱 적절한지에 대한 내부 기준은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룹 내 공사는 단순한 신축 공사 및 도로 건설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계약도 입찰 경쟁이 없는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사실상 그룹에서 특정 기업에 ‘밀어주기’식 지원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선 제외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중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어야 적용받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과거 합병전 현대엠코가 차지하던 계열사 공사를 상당부분 흡수한 측면이 있다”며 “현대건설은 국내외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외형을 더욱 키워야 하는 숙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측은 발주처가 계열사이지만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계열사 매출 비중이 현대건설보다 높지만 적법한 절차에 걸쳐 수주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그룹 공사의 수익성도 일반 공사에 비해 높지 않아 대단히 유리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간 거래금액은 총 9조원 규모다.

◆정의선 부회장 후계구도 완성에 중요 자산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구조도 계열사 지원이 몰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2대 주주(11.7%)이자 개인 최대주주다. 지난 9일 기준 지분가치는 1조1000억원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커질수록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 완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그룹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지난 9일 장외시장에서 주당 129만원에 거래됐다. 한달 새 30% 급등한 가격이다. 시가총액도 현대건설보다 2배 높은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현대건설과 합병해 몸집을 키운 뒤 지분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부분이다.

삼성증권 윤석모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되는 건 하나의 시나리오이지만 오너일가의 재원확보 차원에서 상장 추진이 더욱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293만주, 38.6%) 가치도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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