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협상 돌파구 마련에 금융시장이 반색하는 가운데 유로화 움직임이 투자자들을 의아하게 하고 있다.
유로화에 가장 강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떨어졌지만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
유로화의 예상 밖 움직임에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원인 규명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최근 현상에 대한 진단이 향후 전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이는 그리스 급진좌파 정부가 연금 개혁안을 마련, 채권국과 협상 타결의 여지를 높인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어서 주목된다.
사실 유로화의 움직임에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고조,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을 때 유로화는 오히려 상승 흐름을 탔다.
이를 둘러싸고 월가의 투자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단기 호재보다 중장기적인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라는 의견부터 유럽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까지 상이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BNP 파리바는 유로화의 약세가 그리스 디폴트 리스크 해소로 어떤 반사이익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급한 불을 끌 여지가 높아졌지만 구조적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고, 유로화가 주식 및 채권과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캐리 트레이드에서 원인을 찾았다. 유로존의 금리가 바닥권으로 떨어진 데 따라 캐리 통화로 유로화의 매력이 크게 상승했다.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한 트레이더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을 사들였다.
전반적인 금융시장 리스크가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베팅에서 발을 빼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유로화는 상승 탄력을 받게 된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져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됐을 때 유로화가 오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시장 리스크가 하락했고, 이는 유로화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스베르뱅크는 “글로벌 펀딩 통화가 미국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그리스 사태와 관련된 유로화 움직임에서 분명히 확인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BNY 멜론의 닐 멜로 전략가 역시 “그리스 협상을 둘러싼 유로화의 등락은 캐리 트레이드 움직임과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며 “그리스와 채권국이 구제금융 지원에 최종 협상을 이룰 경우 유로화는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미국의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안전자산 매도가 맞물리면서 미국 금리가 오름세를 탈 여지가 높고, 이 때문에 달러화의 투자 매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