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전문위원, 검토보고 할 여지가 있어요? 하지도 못했잖아요?"
"지금까지 발견한 몇 개 체계·자구 수정이 있긴 있습니다만.. '교육청'을 '교육감'으로 바꾸고, '지휘 및 통제권한'을 '통제권한' 으로 바꾸는 등 몇 개만 검토된 상태입니다"
"제대로 검토 못했죠?", "네"
지난 2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상민 위원장과 법사위 전문위원과의 대화내용이다. 법률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원회가 법을 부실하게 심사했다는 것을 '자백'하고 있다.
이상민 위원장은 "5일의 숙려기간을 둔 국회법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데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법은) 화급한 법률이기 때문에 국회법 59조 단서 조항에 따라 심의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이른바 '거부권 정국'속에서도 메르스 관련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하지만 부실 심사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6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 시한에 쫓겨 심사한 것 아니냔 지적이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메르스 관련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19건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의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23일~25일에는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메르스 관련법을 집중 심의했다.
이날 복지위를 통과한 대안은 개별 의원이 발의안 19건의 법안중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취합해 대안으로 마련한 안이다. 주요 내용은 이번에 문제가 된 감염 환자 정보 공개 의무화를 비롯 ▲병원간 및 국가·지자체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감염병관리사업지원기구 설치 의무화 ▲역학조사관 인력 양성 등이다.
이밖에 정부가 감염병 환자나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에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 등 인적사항 ▲의료법에 따른 처방전 및 진료기록부 ▲출입국관리기록 등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감염병 역학조사관을 복지부에 30명 이상, 시·도에 2명 이상씩 두도록 했다. 질병 의심 환자가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도 금지토록 했다. 또 감염병의 국내 유입으로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엔 방역관이 직접 감염병 발생 현장을 지휘·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지역주민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피해보상과 관련된 법은 예산문제를 이유로 추후 재논의키로 했다. 감염병 관련 전문병원이나 연구병원의 설립문제도 제외됐다.
국회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방지나 제도화도 중요하지만 현재 피해를 보고 있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원부분이 빠져 아쉽다"며 "국회가 메르스와 관련해서 손놓고 있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는 '보여주기 식' 법안 처리가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관계자는 "물리적 시간이 단축됐기 때문에 부실 심사 얘기가 나올수는 있지만 소위를 열어 하루종일 메르스법만 최우선으로 심의했다"며 "시간을 더 많이 줘도 더 나은 대안이 나오기 어려울 만큼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