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가 외국인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최종 목적지로 홍콩을 택했다. 외국인 주주들은 9일 밤 12시로 의결권 행사가 마감된다.
최 대표의 홍콩행은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네덜란드연기금과의 만남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 30여 곳이 네덜란드연기금과 뜻을 같이 하는 만큼 네덜란드연기금과의 면담 이후 최종적으로 이들에 대한 설득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는 지난 8일 서초동 사옥에서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아시아지역 지배구조 담당 이사와의 미팅 직후 홍콩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장단 회의를 마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을 나서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최 대표는 홍콩 등지에 머물면서 막판 외국인 주주의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네덜란드연기금과 뜻을 같이 하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 30여 곳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날 이재용 부회장과 최치훈 사장 등은 박 이사를 만나 해외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합병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초 미국계 헤지퍼드인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외국인 투자가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매년 참석하는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 미국 선밸리 출국 일정까지 하루 미룰 만큼 이번 면담이 삼성에겐 중요한 자리였다는 얘기다.
네덜란드연기금은 삼성물산 지분을 0.3% 정도 갖고 있지만, 세계 3위 규모의 자산 운용사인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네덜란드연기금과 뜻을 같이하는 홍콩 본부 소재 외국인 투자자들 30여 곳은 최근 삼성에 지배구조 개선 요청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의 홍콩행도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막판 구애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의 관계자는 "최치훈 대표가 IR 일환으로 어제 홍콩으로 출국했다"면서 "오늘이 외국인 주주 의결권 마감으로 막판 표심잡기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HSBC 등 상임대리인을 통해 이날 밤 12시까지 예탁결제원에 찬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예탁결제원의 '외국인 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에 따른 의결권 대리행사 시스템이 9일 밤 12시로 마감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주주총회의 부재자 투표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임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 뿐 아니라, 표대결을 펼치고 있는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위임도 가능하다. 최 대표가 이재용 부회장과 네덜란드연기금 면담 성과를 토대로 홍콩에서 주요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을 가능성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