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블랙스톤이 ‘팔자’에 나서 주목된다. 최근 매도 행보는 블랙스톤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부동산 시장 베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미국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1300건의 부동산 자산을 매도하기로 했다.
주택 건설 현장[출처=AP/뉴시스] |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부동산 투자 열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는 데다 주택 가격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스톤은 싱글 패밀리 하우스 시장에서 업계 ‘큰손’으로 통한다.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규모의 자산 매각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주택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 포문을 열었던 블랙스톤이 ‘팔자’에 나서면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업계의 매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 업체인 스타우드 웨이포인트 레지덴셜 트러스트가 보유 중인 주택 1만2000건 가운데 5% 가량을 매도하기로 결정하고, 계약을 진행중이다.
블랙스톤 그룹의 부동산 투자 자회사인 인비테이션 홈스의 존 바틀링 대표는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축소에 나설 시점”이라며 “매년 5%씩 보유 자산을 매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스톤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은 주택을 다량 매입해 임대하는 형태로 수익 창출을 겨냥했다. 임대 수입과 함께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동시에 노렸던 셈이다. 인비테이션 홈스를 통해 블랙스톤이 보유한 주택은 4만8000건에 이른다.
블랙스톤은 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그로우 매니징 디렉터는 “저가 주택일수록 공실률이 높고 임대 기간이 짧으며, 이 때문에 관리 비용이 높다”며 “부동산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원한다면 고가 주택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본격적인 매도 행보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보수적인 행보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주택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매입 비중이 지난 5월 2.4%로 떨어졌다. 이는 2000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주택 매입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며 “최근 상황은 주택시장 조정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