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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전선형 기자] 금융당국에서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투자 조건을 일부 완화시키면서 보험사들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신용위험계수 신설' 내용이 포함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본격 시행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기존 8%로 일괄 적용되던 코코본드 신용위험계수를 형태(후순위채형·신종자본증권형)와 신용등급에 따라 위험계수를 1.2~12%로 차등한다는 것이 골자다.
신용위험계수란 금융사가 운용하는 자산의 신용 위험도를 산출하기 위한 계수로,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RBC(자기자본비율) 산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신용위험계수는 운용자산의 위험 등급별로 차등화돼 있는데, 예를 들어 현금과 국공채의 경우 신용위험계수가 0이며 금융채·회사채는 0.8~6%, 주식은 코스피200 종목은 8%, 기타 종목은 12%를 신용위험액으로 산정하게 돼 있다.
이번에 신용위험계수가 변경된 코코본드는 평상시에는 채권 형태지만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후순위채와 상각되는 신종자본증권으로 변경돼 일반 채권보다 투자위험이 높다. 국내 은행들은 주로 후순위채로 발행하고 있다.
국내 코코본드 시장은 2년전부터 크게 확대돼 왔다. 바젤Ⅲ 도입으로 은행들이 자본 확충을 하기 위해 너도나도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코본드는 바젤Ⅲ 제도에서 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
보험사들도 은행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코코본드의 만기가 10~30년으로 길어 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보험사와 성향이 맞고, 다른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코코본드는 평균 4~6%대의 투자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코코본드 위험계수를 주식과 같은 8%로 일괄적으로 적용하면서 보험사들의 투자가 갑자기 뚝 끊겼다. 실제 발행 초기 30%대까지 치솟았던 보험사의 코코본드 인수비중은 현재 20% 이하 수준까지 떨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코본드 첫 발행 때 보험사 관심이 대단했었다. 하지만 위험계수가 지정되면서 투자가 급격히 줄었다”며 “위험계수는 RBC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RBC 하락을 감내하면서까지 투자를 할 만한 보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위험계수 변경으로 보험업계는 다시금 코코본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위험계수 변경으로 보험사들의 투자여력이 종전보다 약 10% 정도 내외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형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1000억원 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고, 손해보험사는 중소형사 위주로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자산운용팀 관계자는 “위험계수 개정으로 보험사들의 투자가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은 위험이 높아 투자를 검토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좋은 상품이 있으면 투자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위험이 차등적이기 때문에 당장 폭발적인 투자가 예상되지는 않는다”며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아직 보수적으로 규제하고 있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후순위채 코코본드도 위험계수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 AA+부터 AA- 등급의 경우 신용위험계수가 6%다. 후순위채 코코본드도 3%대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위험계수 체계가 없었는데, 이를 이번에 합리화시킨 것이다"라며 ”지난 14일부터 적용됐고, 향후 보험사들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자본증권 코코본드는 국내 발행이 미미한 편이고, 유사시 상각이 된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계수가 높은 것이다. 후순위채 코코본드는 국내엔 거의 신용등급이 AAA로 신용도가 높은 편”이라며 “저금리에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보험사들의 하나의 투자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