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 증시 폭락과 이를 수습하려는 당국의 어설픈 개입에 중국 매수를 외치던 유명 헤지펀드들 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CEO <출처 = 포브스> |
달리오는 이번 주 투자노트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망이 바뀌었다"며 "(중국은)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투자 다각화에 집중해 온 월가 투자자들은 중국의 중산층 부상에 상당한 기대를 걸어왔지만 올 여름 중국 증시가 가파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중국에 대한 믿음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뉴욕소재 헤지펀드 킹든 자산운용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투자한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킹든은 마진거래(신용거래) 급증에 따른 중국 증시 급등락이 충격적이며 중국 당국의 증시 개입 역시 청산 결정을 확신하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엘리엇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과 페리캐피탈 창업주 리차드 페리, 퍼싱스퀘어 자산운용 창업주 윌리엄 애크먼 등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중국 증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기도 했다.
애크먼은 중국 경제 통계자료에 대한 당국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2007년 미국보다 지금의 중국이 더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당국, 증시 불 끄려다 투자심리에 '찬물'
전문가들은 폭락장을 연출한 증시 혼란을 진화하려던 당국의 개입이 오히려 투자 심리를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월 중순부터 3주에 걸쳐 주가지수가 32% 폭락하자 당국은 1400개 이상 중국 기업들의 주가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고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과 공매도를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당국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규 주식발행도 줄였으며 지난 18일에는 중국 17개 국영은행이 1조3000억위안(약 239조7720억원)의 자금을 중국증권금융공사(CSF)에 은행간 대출 방식으로 제공해 증시 부양을 도모했다.
달리오는 중국 증시 급락이 투자 심리에 큰 타격을 줬다고 우려했다. 중국 주가지수가 2년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유입세를 가속화한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이 상당하며 "아직 손해를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들이 입을 심리적 타격은 경제 활동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 중국증권감독위원회(SCRC) 위원장을 지낸 가오 시칭도 당국이 주가를 부풀리더니 폭락장에는 어설프게 대응했다며 개입을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가오 전 위원장이 "주가 하락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보다는 폭락장 발생 과정과 당국의 대응 방식이 훨씬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미국 듀크대 로스쿨 출신인 그는 지난해 중국 국부펀드의 최고운용책임자를 그만두고 지금은 칭화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가오 교수는 "정부가 주식 거래가 중단되도록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때마다 거래를 중단시킨다고 하면, 쉽게 중단할 수는 있어도, 투자자들이 다시 거래 재개했을 때 떠나갈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거래 재개는 어렵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사실상 정부 기관들이 나서서 주식을 사라고 부추겨 과도한 신용융자로 주가가 급등하게 한 것도 우려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WSJ는 증시 폭락을 수습하기 위한 당국의 공격적인 조치들이 중국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과 투명성 결여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