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종합심사낙찰제의 정착을 위해 일률적으로 상하위 입찰가격을 제외한 평균가격(균형가격)만을 활용한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주자가 판단하는 최저가격과 입찰자가 산출한 직접·순공사비를 함께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
또 입찰자의 평균단가와 기준단가를 각 공종별로 비교하는 방식의 단가심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27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민수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종합심사낙찰제 개선 및 제도정착방안’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는 그간 300억원 이상의 정부 발주공사에 적용되던 최저가낙찰제의 폐해가 지속되자 종심제를 도입하고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종심제는 입찰자의 공사수행능력·입찰가격 점수를 합산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점수를 추가로 더해 최종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자료=건산연> |
그러나 지난해 종심제가 처음으로 적용됐던 ‘수원 호매실지구 B8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사업의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입찰가격)이 71.5%로 산출되며 논란이 일었다. 같은 사업에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한 결과 평균 낙찰률이 73%로 나와 저가수주 문제가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입찰자가 입찰가격 부문에서 만점을 받는 평가 구조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내놓은 종심제는 입찰가 상위 40%, 하위 20%를 제외한 평균 입찰가를 ‘균형가격’으로 정의한다. 이 때 균형가격 대비 하위 3%까지 만점을 부여해 입찰가격 평가의 변별성이 없다는 것.
최 실장은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의 공사에서 30억원이 차이나는 입찰가에 동점을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며 “이에 따라 공사수행능력이 중요 변수가 되는데 이는 결국 동일 공사 실적이 우수한 대형사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개선키 위해 평균 입찰가를 활용해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평균 입찰가는 각 입찰자들이 현재 시장 가격에 기반해 직접공사비를 산출한 후 여기에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더해 책정한 가격의 평균가다.
최 실장은 “입찰자가 스스로 원가 계산에 의거해 실행 가능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평균 입찰가를 기본으로 직접공사비나 순공사비 등을 고려해 개별 입찰가격을 종합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건산연> |
또 보고서는 종심제를 도입할 때 세부 공종별 단가 심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가격 투찰, 담합 우려, 견적 능력 저하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다.
세부 공종별 단가 심사는 세부 공종 단가를 기준단가와 비교해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다. 기준단가((기초금액단가+입찰자 평균단가) x 0.5) 대비 상하 일정 비율 이내면 적합으로 판정한다.
그러나 정부는 종심제에서 세부 공종 단가 심사를 강화해 적정 낙찰률을 유도할 방침이다.
최 실장은 “(단가 심사가 강화되면) 단가 심사 기준에 활용되는 설계단가가 공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격 투찰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비슷한 가격에서 낙찰자가 결정돼 운에 의한 낙찰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업체가 기준단가를 담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기준단가는 설계단가와 균형단가를 일정 비율로 반영해(예를 들어 70:30) 산출된다. 이 때 균형단가가 입찰자 평균가를 토대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종합심사낙찰제가 적용되는 300억원 이상 정부 발주 공사 건수가 적어 특정 업체가 수주를 편중하는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공사수행능력 평가에서 대형사들이 전문성·역량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동일 공사 실적을 평가할 때 중견·중소 업체나 지역 업체가 도급에 참여하면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정부 발주 공사의 목적 가운데 재정 지출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됐던 지난 2011~2013년 수주 현황을 보면 시공능력평가 1~10위 업체가 28%, 11~50위 업체가 48%, 51위 이하 업체가 23%를 수주해 적절한 비율로 분배됐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