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서프라이즈’가 월가 트레이더의 일상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들의 거래 스크린 메인 화면에는 위안화 환율이 유가와 달러화를 밀어내고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월가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금융 허브의 투자자들의 스케줄은 위안화 환율이 발표되는 홍콩 현지 시각 오전 9시16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지난 11일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일상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바룬 트레이드콤의 디라지 부토리아 이사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하고, 가장 먼저 위안화 환율을 확인한다”며 “모든 트레이더들의 스크린에는 위안화 환율이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환율이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주요 통화와 원자재, 주식, 채권에 이르기까지 자산 시장 전반에 강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변동성 최하위를 기록했던 위안화가 1994년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애플과 BMW 등 대기업 주가를 흔들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자 트레이더들의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노무라의 존 고만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이머징마켓의 통화와 채권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위안화의 폭락에서 초래된 아시아 통화의 매도가 이틀 기준으로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는 상품 가격을 13년래 최저치로 끌어내렸고, 이어 자산 시장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주식과 채권 펀드 매니저들도 바빠졌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수익성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포트폴리오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애플 주가가 중국 쇼크에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11일과 12일 이틀간에 걸쳐 8% 가까이 밀렸다.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의 마크 매튜 리서치 헤드는 “한 달 전에는 투자자들이 온통 상하이 종합지수에 시선을 고정했고, 이어 그리스가 화두로 부상했다”며 “이번주에는 위안화 환율이 투자자들의 관심과 거래 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했다.
잠재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안전 장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주식과 외환 관련 포지션에 대한 헤지를 확대하는 한편 불확실성을 반영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인 충격과 급등락이 두드러지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