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금융시장 혼란이 고조되면서 아시아 통화가치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와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가 부상하면서 신흥국 통화에 대한 숏 포지션이 수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이 가운데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된 결과, 아시아 통화 중 유일하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은 1개월여 만에 122엔 선으로 미끄러졌다.(엔화 가치 상승)
21일 로이터통신은 펀드매니저와 외환 트레이더,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최근 위안화에 대한 숏포지션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 최대치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에 대한 투자심리는 올해 4월 후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었으나, 지난주 중국 인민은행(PBOC)의 갑작스런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해 분위기가 돌변했다. 달러/위안 환율은 최근 한 달간 역내시장에서 3% 뛰어올랐다.
중국 경기상황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상품통화인 호주달러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다는 소식에 6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킷(Markit)이 발표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7.1로 집계되면서 2009년 3월 이후 6년 반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수 트린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선임 통화전략가는 "중국 정부의 추가부양책에 대한 필요성이 확고히 드러날 정도로 PMI 결과가 무척 실망스러웠다"며 "외환시장에선 위험자산 기피 분위기로 인해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가 달러대비 약세이며, 엔화는 반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은 1개월여 만에 122엔 대로 급락했다. 21일 오후 3시 30일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뉴욕장 대비 0.41% 하락한 122.88엔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달러대비 주요 신흥아시아 환율 추이 <출처=구글파이낸스> |
신흥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후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될 거란 기대감이 커졌으나, 신흥국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조사가 시작된 2007년 1월 이후 숏포지션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과 부정부패 문제로 인해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됐다.
지난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하며 링깃 가치가 1998년 이후 최저로 내려앉았다. 설상가상으로 말레이시아 외환보유고가 1000억달러를 밑돌아,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통화가치 방어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깊어진 상황이다.
태국 바트화도 로이터 조사에 포함된 2012년 2월 이후 숏포지션이 최대로 늘어났다. 태국은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후 바트화 가치가 6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타이완달러 역시 숏포지션이 2006년 6월 이후 최대로 늘면서 통화가치가 약 6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 원화는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도 4년래 최대 규모의 자금유출이 발생했다.
싱가포르달러도 2009년 1월 이후 가장 극심한 약세 베팅에 시달리면서 통화가치가 5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싱가포르는 통화 가치가 위안화에 연동돼 있어 위안화 약세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에 대한 약세 베팅도 2013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경기둔화 및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식 및 채권시장에 매도세가 속출했고, 그 결과 루피아 가치가 17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