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은 단순한 통화정책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가 폭락에 추가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대혼란의 뿌리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라는 얘기다.
중국 인민은행[출처=신화/뉴시스] |
이번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의 대혼란을 통해 ‘새로운 중국’에 적응하는 문제가 전세계 경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세계의 공장 또는 굴뚝으로 통했던 중국은 생산과 수출을 축으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장기간 유지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눈덩이 공공 및 민간 부채가 성장의 불쏘시개로 동원됐다.
하지만 경제 규모의 두 배를 웃도는 부채는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든 한계 상황에 이르렀고, 중국 정부는 서비스업과 민간 소비를 새로운 축으로 하는 경제 구조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중국 주가 폭락을 필두로 한 글로벌 자산시장의 패닉은 과도기가 초래한 혼란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적인 변화 과정에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불안정과 중국 정책자들에 대한 신뢰 저하, 경기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것.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앤드류 밧슨 컨설턴트는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경제 구조 개혁안을 온전하게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웨스턴 호주 대학의 피터 로버트슨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상당 수의 국가가 변화의 과정 속에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 바로 그 상황에 놓였다”며 “국가 부의 분배 문제를 놓고 정치 시스템과 경제 현실 사이의 갈등이 중국에서도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중국의 소비가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 및 제조업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4%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정부 경제 자문관은 실물경기의 안정과 균형을 찾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연초 정책자들은 올해 중반 경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전세계 성장 엔진으로 통했던 중국은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지구촌 곳곳에 ‘수출’하는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휘발유 수요부터 자동차 및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수요 둔화가 두드러진다. 중국 정부의 연이은 부양책에도 금융시장이 좀처럼 진정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도 큰 틀에서의 경제 구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90년대 말 중국은 아시아 외환위기를 위안화의 공격적인 평가절하 없이 매끄럽게 넘겼고,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천문학적인 부양책으로 회복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혼란의 퇴로를 찾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이 경제 석학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