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주식시장의 혼란에 투자자들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팔라진 증권당국 내 전문인력 유출이 증시 혼란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8일자 스트레이트타임스(Strait Times)는 중국 금융당국이 해외파 인재의 이탈을 막지 못해 증시 혼란을 더 부추긴 측면이 있고, 나아가 작금의 신뢰 상실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인 감원을 단행하자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 개혁에 필요한 중국계 인재들을 해외에서 포섭하기 시작했지만 정부와 증권당국은 인재들을 끌어온 이후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제대로 된 업무 배분도 없이 이들을 방치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고연봉 직장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모국으로 돌아왔던 이들 전문가들을 기다린 것은 냉대였다. 최고의 실려가 20명은 과거 내전 시기에 마오쩌둥이 본거지로 삼았다는 징강산(井岡山)으로 보내져 특수 훈련까지 받았다. 그러나 쥐꼬리 연봉에다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직면한 이들이 조국에 기여한다는 환상은 깨어졌고, 대부분 실망한 채 다시 민간으로 복귀했다.
당시 해외에서 중국으로 돌아와 증권당국에 협조했던 한 전문가는 외국 언론과 대담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누구하나 승진하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뚜렷한 업무와 직책을 배정조차 받지 못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의 리우리강 중국 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국내외 인력을 필요로 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국제적 경험이 풍부했던 전문인력들은 쫓겨나는 신세에 처했다"고 말했다.
당시 증권당국을 뒤로하고 떠난 이들 가운데는 ABN암로에서 신종 신용 파생상품 책임자 출신으로 증감회의 개혁과 외국인 투자자 접근 분야를 담당했던 탕샤오동과 증감회의 전략기획에 관여했던 JP모간체이스의 리빙타오 국제 채권담당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의 제자로 증감회의 제도개혁을 이끌었던 루오 덩판 등이 있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로고 <출처=CSRC 홈페이지> |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 증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거의 매주 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이 나오고 있으며 퇴직자가 나오는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며 "최근 1년간 규제 당국을 떠나는 사람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에서 전문인력이 가파르게 빠진 것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홍콩 소재의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증권당국이 최근 수년간 필요한 수준의 전문지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악성 공매도 규제와 같은 잘못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 대형 운용사의 고위 임원은 "증권당국이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금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증감회 관계자에 의하면, 규제당국은 신용거래 융자 잔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문인력의 유출에서 비롯된 능력 부재가 정부의 신용을 갉아 먹는 시발점이 됐고, 오히려 무리한 개입만 불러와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시장의 믿음도 잃게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중국·유럽 국제 경영대학원의 올리버 루이 교수는 "해외에서 유입됐던 전문인력들은 증권당국을 박차고 나간 즉시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을 구할 수 있다"며 "제한된 승진기회와 박봉 그리고 중요 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 불만을 가졌던 이들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무리가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