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자들 사이에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자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현금이다.
거의 아무런 소득을 창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물가인상을 감안할 때 사실상 들고 있으면 손실을 보는 자산으로 취급 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통념을 깨야 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낼 여지가 높아진 만큼 현금 자산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혼란에 대한 정책자들의 우려 역시 9월에 비해 10월 회의 당시 한풀 꺾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QE)의 확대 의도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월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내년 9월 만료 시한 이후에도 연장하거나 매월 QE 규모를 확대한다는 움직임이다.
중국의 최근 금리인하 및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독립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해석이다.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고, 중국을 필두로 그 밖에 신흥국 역시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하지만 중국의 과감한 행보가 실물경기의 후퇴와 투자 심리 냉각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상 발목을 잡는 걸림돌 중 한 가지를 제거한 셈이라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화의 추가 강세가 확실시된다. 특히 유로화에 대해 큰 폭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달러화의 상승 폭이 경제 전반의 상대적인 가격 변동을 수용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과 독일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역시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연준의 경기 부양책과 시장 친화적인 통화정책에 균열이 생기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탈동조화에 따른 변수가 앞으로 증시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기적인 전망은 더욱 흐리다. 이머징마켓과 유로존의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리거나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압박이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 포트폴리오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매크로 변수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완충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알리안츠의 경제 자문관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주식과 채권시장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견고해 보이지만 국내외 크고 작은 악재로 인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볼수록 현금성 자산이 투자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자산 시장의 변동성 및 중앙은행의 정책 효율성 저하에 대비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