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는 국회에서 '꽃 중의 꽃'으로 불린다.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 가운데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하고, 필요한 예산은 증액하면서 전체 예산안의 규모를 맞추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쪽지 예산' '카톡 예산' 등을 동원해서라도 지역구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의원들이 많아 이 소위원회 주변에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달이 났다. 12일 예산안조정 소위가 활동을 시작하는 첫날부터 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차질이 생겼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위원장 김재경) 산하 예산안조정소위는 당초 이날부터 약 3주간 각 상임위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 세부 항목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여야 지도부는 당초 예정 인원에서 2명이 추가된 17명으로 소위의 인원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재경 위원장은 "어제(11일) 양당 원내대표단이 소위 위원을 17인으로 증원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알려진 후 위원 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소위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원 증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소위는 15명으로 한다는 의결이 있어 증원이 불가능하고, 15명으로도 이미 효율적인 진행이 어렵다"며 "심사기간도 30일까지로 짧고 회의장도 협소해 증원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에 소위 명단을 재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
문정림 새누리당 대변인은 "당초 소위 위원은 15명으로 여야 합의가 됐었지만 새정치연합 측에서 자신 몫 1명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새누리당도 1명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위 구성이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당분간 예산안조정 소위는 공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약 2주간의 예결소위 활동을 통해 오는 30일 최종 예산안을 의결하려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일반 예결위원은 별로 힘이 없고 계수조정소위 위원이 돼야 끗발이 있다"며 "정책적 전문성 보다는 각 시도지역별로 한 두명씩을 배정해 그 지역 예산을 책임지고 챙기게 한다"고 귀띔했다.
각 상임위가 이해관계에 맞게 조정한 예산에 대해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는 항상 예산이 모자르다고 하소연한다. 그렇게 삭감된 예산들이 '부활'하는 곳이 바로 예산안 조정 소위이기도 하다. 해마다 각 지역별 '쪽지예산'이나 '카톡예산'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조세소위 위원들에게는 각 당의 실세 의원들의 이름으로 각종 민원성 예산이 마구 들어온다. 예산안조정 소위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수 많은 민원들을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소위때 얘기 한번 했다는 걸로 체면치레를 한다"며 "권한도 있지만 책임도 큰 자리"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