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대기업들이 쌓아놓은 현금 잔고가 사상 최대치에 이른 가운데, 내년에도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고 주주환원을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미국 S&P500 대기업이 실시한 배당은 총 4040억달러, 주당 43달러로 지난 2014년보다 9% 증가한 뒤에 내년에는 7% 추가로 늘어난 4320억달러, 주당 46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미국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 중 배당금으로 지급한 비율은 올해 실적 약화로 인해 거의 4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이 비율이 평년과 같은 33% 수준까지 줄어들겠지만 절대액은 계속 증가하는 셈이다.
<출처=골드만삭스, 배런스에서 재인용> |
S&P다우존스의 하워드 실버블라트 선임지수분석가는 올해 연말까지 S&P500 기업의 배당지급액이 38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에 비해서는 보수적이 수치이지만, 이 정도라고 해도 역시 사상 최대 기록에 해당한다.
◆ 설비투자 최소화, 주주환원에 주력
미국 S&P500 대기업들은 금융자산을 제외한 현금 잔고가 총 1조5000억달러(1760조6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기업들 전체 자산의 11% 규모다. S&P500 기업들은 내년에 현금 지출이 5% 증가해 총 2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4%는 성장성 지출, 46%는 주주 환원에 배분될 전망이다. 투자 관련 지출은 3% 증가에 그치는 반면 주주 환원은 7%로 증가율이 두 배가 넘는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이 저유가 여파로 설비투자 감축에 나서면서 S&P500 기업들의 설비투자 지출액은 내년 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에너지 기업들의 자본 지출은 전체 S&P500 기업들 지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주요 에너지 기업인 셰브론과 엑손모빌은 내년 예산에서 에너지 관련 설비투자를 20% 감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연구개발(R&D) 관련 지출은 역사적 평균 수준만큼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R&D 지출에서 에너지 기업은 2%에 그치기 때문에 R&D는 설비투자에 비해 감소 폭이 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S&P500 기업들은 내년에 설비투자가 6500억달러로 1% 증가에 그치겠지만, R&D 지출은 2560억달러로 5%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인수합병(M&A)과 자사주 매입은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M&A 관련 현금 지출은 내년에 3000억달러로 8% 증가할 것이며, 자사주 매입은 6080억달러로 7%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은 향후 2~3년간 주당순익(EPS) 증가율과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주가 내년 10%의 배당 증가율을 기록해 다른 섹터보다 배당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 1991년 이후 S&P500 기업들의 현금 용도별 연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S&P500 기업 중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한 기업들은 연간 15.2% 상승했으며, 설비투자와 R&D에 집중한 기업(13.8%), 배당을 많이 한 기업(13.0%), M&A를 많이 한 기업(11.8%)이 뒤를 이었다.
S&P500 기업들 중 현금 용도별 연간 수익률 <출처=골드만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