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 인민은행이 미국 등 외부 눈치를 보다가 완화정책 시점을 놓칠 경우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제기됐다.
18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 비난을 꾸준히 받아왔던 중국이 이제는 위안화 평가절하와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경제 상황에 직면했다는 진단과 함께 이 같은 경고를 제출했다.
20년 전 일본 엔화는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상당폭 절상됐는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본 기업들은 임금 인하 등과 같은 내부디플레이션(internal deflation)에 의존해야 했고, 결국 디플레이션 늪에 빠지게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5년 추이 <출처=tradingeconomics.com> |
중국은 일본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위안화 강세를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위안화가 달러에 페그된 영향에 지난 1년 동안 무역가중치 기준 위안화 가치는 9%가 뛰었다.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도 더 이상 위안화가 저평가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일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고평가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20년 전 일본가 마찬가지로 위안화 강세와 산업생산 부진으로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민은행이 작년 초 6% 수준이었던 1년 만기 대출금리를 4.35%로 낮췄지만 인플레이션은 2.5%에서 1.3%로 내려 실질 금리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산업생산 둔화는 생산자물가를 5.9% 수준으로 끌어 내렸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위안화 가치와 반대) <출처=cnbc> |
이달 말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섣불리 평가절하에 나섰다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대외 이미지와 교역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중국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는 점에서도 평가절하 타이밍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WSJ는 일단 중국의 환율 조작 비난을 멈춘 미국이 언제까지 위안화 절하를 용인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은 일본식 디플레 위기로 글로벌 경제에까지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위안화 절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