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장기간 신흥시장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투자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드이 펀드에 너무 늦게 진입하고 너무 늦게 빠져나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닝스타(Morningstar)의 자료를 인용, 일부 신흥국 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는데도 자금유입이 계속되는 사례가 있다면서 2008년에 출시됐던 '라자드 디벨로핑 마켓 주식펀드'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소개했다.
이 펀드는 지난 2010년 2월까지 12개월간 무려 143%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도 가장 성과가 좋은 펀드로 꼽혔다. 그러나 2011년 9월이 돼서는 12개월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2013년 2월까지 한 해 동안 3억5690만달러 자금이 여전히 순유입됐다.
펀드 성과가 크게 나빠졌는데도 향후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계속 몰려든 것이다. 펀드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다시 한 해가 지난 2014년 2월이 돼서였다.
라자드 자산운용 측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하락하고 있는 자산은 이변이 없는 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하지 않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로버트 시라이트 매디슨애비뉴증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험 상 시장은 한 번 떨어지면 더 떨어지고, 오를 때는 더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미국의 신흥시장 주식펀드는 12개월 동안 자금유입액이 44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12개월간 유입액이 145억달러였으나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 2013년 11월만 해도 12개월간 신흥시장 유입액이 402억달러였다.
신흥시장 주식펀드 자금유입과 투자수익률 비교 <출처=모닝스타, WSJ 재인용> |
다만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제에서 이전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 지역의 장기 성장전망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CEIC에 따르면 신흥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약 40%를 차지해, 10년 전의 24%보다 비중이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자산관리업체 반에크글로벌의 데이비드 셈플 펀드매니저는 "신흥시장은 선진국보다 여전히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자본시장 성장 속도도 선진국의 몇 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흥시장펀드 외에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도 높은 수익률 성과를 기록하는 경우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다가 성과가 부진해질 때에도 자금유입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K펀드 수익률과 자금유입 비교 <출처=펀드수퍼마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