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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정주영 정신으로 ‘말뫼의 눈물’ 닦아라

기사등록 : 2015-11-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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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현대중공업 육상 선박 건조장에는 ‘말뫼의 눈물’로 불리는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다. 138m 높이의 이 거대한 크레인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조선사로 발돋움하던 2000년대 초반 조선 강국이었던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Kockums) 조선소에서 단 1달러를 주고 사 온 설비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최초로 건조하는 등 세계적 조선소로 이름을 날리던 코쿰스는 한국 조선소에 밀려 문을 닫게 되면서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을 매물로 내놨고, 우여곡절 끝에 현대중공업이 새 주인이 됐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은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돼 바지선에 실려 바다로 사라지는 모습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으며, 이를 말뫼의 눈물로 이름 지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2015년. 스웨덴 국민의 자부심을 공짜로 가져와 승승장구하던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유사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주난과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를 모으던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로 작년과 올해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사와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태양광 등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불황이 계속되면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직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있으며, 협력사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코쿰스가 흘린 말뫼의 눈물을 지켜봤던 현대중공업이 안타깝게도 비슷한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없다. 현대중공업은 근현대 한국경제의 거목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위대한 유산으로, 치열한 도전과 위기극복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정 명예회장은 1972년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 짜리 지폐 한 장과 울산 미포만의 모래사장 사진, 5만분의 1 지도 각각 한 장을 들고 영국으로 날아가 차관을 빌려와 조선소 건설에 들어갔다.

또 조선소가 지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26만t급 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해 조선소의 일감 걱정을 날렸으며, 이후에도 경기침체와 노사분규 등 각종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등 조선소로 우뚝 서게 했다.

정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 24일 현대중공업 사장단이 “창업자께서 1972년 현대중공업을 창업하실 때의 신념과 불굴의 의지를 다시 한번 우리 마음속에 새기자”고 한 것은 정 회장이 빚어낸 도전과 위기극복의 저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100년 전 이 땅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국내 최고의 기업을 일구고, 국가경제에 기여한 한국경제인 거인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그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대. 근면과 성실, 도전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시대정신이 새삼 마음으로 다가오는 때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산업부장 (kilu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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