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정크본드 시장이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바겐 헌팅’에 나섰다.
칼 아이칸을 포함한 월가 투자가들이 고통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블랙록과 바클레이즈가 운용하는 양대 정크본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용등급 최하위에 해당하는 CCC 등급 정크본드 수익률은 18%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정크본드 수익률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된 만큼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지만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역발상 투자에 나섰다.
뉴욕의 베세머 트러스트는 지난 2014년 4월 보유하고 있던 미국 하이일드 본드를 전량 팔아치웠지만 최근 조정 과정에 ‘사자’에 나섰다.
이 운용사의 레베카 패터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정크본드의 가격 하락이 지나치다”며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매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간도 이번주 정크본드 매입에 나섰다고 밝혔다. 당분간 투자자들의 ‘팔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결국 하이일드 본드 시장에 ‘컴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극적인 매입에 나선 투자가들은 이번 정크본드 시장의 급락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 시스템이 총체적인 와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켄 리치 웨스턴 애셋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하이일드 본드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와 투매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옥석을 가려 내재 가치 대비 저평가된 채권을 매입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와 광산 섹터를 중심으로 투기등급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위기가 닥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디폴트 상승 역시 비관론자들이 예상하는 것만큼 가파르게 치솟지 않을 것이라고 리치 최고투자책임자는 내다봤다.
이는 일부 월가 구루들의 경고와 상반되는 것이다. 앞서 억만장자 투자가 칼 아이칸은 정크본드 시장의 붕괴가 본격화되고 있고, 최근 발생한 고통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 역시 “최근 하이일드 본드의 급락은 실체가 있는 조정이며, 연준의 금리인상은 커다란 실수”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