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년만에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통화 페그제를 실시하는 일부 중앙은행이 연준에 이어 금리인상에 나섰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영국의 영란은행(BOE)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마크 카니 총재가 올해 수차례 금리인상 의사를 밝힌 만큼 미국에 이어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지역의 산유국들이 줄줄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16일 금리인상을 단행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쿠웨이트와 아랍 에미리트 연합, 바레인 등이 연준의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준금리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잠비아와 모잠비크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연준의 통화정책 결과가 전해지기 무섭게 금리인상 ‘러시’를 연출했다.
달러화 페그제를 실시하는 국가의 경우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충격을 고정환율제를 통해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일부 신흥국의 이번 금리인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역시 기준금리를 25bp 인상, 0.75%로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달러화 역시 미국 달러화에 페그된 상태다.
실비아 류 UBS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홍콩이 아직 미국과 통화정책 탈동조화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결정은 홍콩 경제와 자산 가격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장기 제로금리 정책을 접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반대 행보를 취하는 국가도 등장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625%로 12.5bp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빗나간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고 있어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만 중앙은행 측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5%로 동결했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필리핀 역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일본과 영국에 쏠리고 있고, 칠레와 멕시코 역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칠레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정책자들의 목표치를 웃도는 만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상황에 처한 멕시코는 7년만에 기준금리를 25bp 인상, 3.25%로 높였다.
바클레이즈는 멕시코가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며, 한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상당 기간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 대해 투자자들은 기준금리와 함께 기존의 부양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영란은행은 미국에 이어 내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과 저인플레인션으로 인해 정책자들의 손이 묶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이먼 스미스 Fx프로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연율 기준 인플레이션이 0.1% 오르는 데 그쳐 영란은행이 상당 기간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영란은행 정책위원을 지낸 앤드류 센텐스는 시장의 예상보다 조속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경제가 미국과 흡사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금리를 올리기에 적절한 여건이라는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