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KT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두고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방송통신 시장을 황폐화 시키는 일임에도 마치 산업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처럼 청사진을 내세우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비난이다.
임헌문 KT 매스 총괄은 지난 18일 송년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SK텔레콤이 밝힌 인수합병 효과는 실제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임헌문 KT 사장은 송년회 자리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인가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사진=심지혜 기자> |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일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 함으로써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해 문화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향후 5년간 5조원 규모를 투자해 케이블 망을 고도화해 아직 전환되지 않은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초고화질(UHD) 방송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약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과 48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임 사장은 "SK텔레콤의 이러한 선언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렵다"며 비관했다. 오히려 산업의 진흥은 커녕 무선 시장 지배력이 유선으로 전이돼 시장 왜곡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 사장은 “SK텔레콤이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그동안 양사가 쏟아부은 투자비용을 합친 것보다 적은 액수로 어떤 근거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SK텔레콤이 이번 인수로 글로벌 경쟁력을 이야기 했지만 방송통신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자리에 함께 참석한 다른 임원들도 함께 나서 반대의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 또한 “이번 인수합병은 SK텔레콤의 무선 시장지배력을 위해 유선은 물론 방송까지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선시장 지배력을 중심으로 유선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사실상 SK텔레콤 독점체제로 만들어 소비저 선택권과 편익이 훼손되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위축되는 등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현모 부사장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인해 케이블 산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비관했다.
맹수호 CR부문장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근거로 내세운 글로벌 시장에서의 방송통신 M&A 사례는 인수 대상 기업이 대체가 가능한 경우(대체제)가 아니라,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은 ‘보완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인 만큼 상황이 다르다"며 인가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각각 유선방송인 IPTV와 케이블TV를 보유한 사업자들로 비슷한 사업인 만큼 대체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맹 부문장은 "이번 인수합병은 대체제 사업끼리 이뤄지는 것으로, 시장경쟁 제한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제한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